캐나다 주택시장 올해 ‘마침내’ 회복세 진입…RBC “점진적 회복 조짐”
캐나다 주택시장이 올해 들어 마침내 회복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RBC 이코노믹스(RBC Econom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나다 주택시장이 “마침내 회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택 재판매는 지난 4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매물 재고는 안정세를 보이고 주택 가격도 바닥을 다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고 고용 전망이 나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회복될 경우 앞으로 시장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RBC의 로버트 호그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시장 전망의 핵심은 그동안 주택시장 진입을 미뤄온 잠재적 구매자들이 얼마나 실제 시장으로 돌아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주택 소유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택 구입 계획을 보류한 캐나다인이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래 계획보다 오랫동안 임대주택에 머물거나, 더 큰 집으로 옮기거나 반대로 주택 규모를 줄이는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타리오·BC는 회복 더딜 듯…지역별 온도차
다만 주택시장 회복 과정이 순탄하거나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BC)에서 장기간 이어진 시장 조정이 소비자 심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강했던 지역의 경우 금리가 안정되고 인구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콘도 시장의 회복은 일반 주택시장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토론토와 밴쿠버의 콘도 시장에 매물이 여전히 많이 쌓여 있는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과 참여도 크게 떨어져 있어, 이 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가격을 짓누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회복이 시작된 시점이 너무 늦어 올해 전국 주택 거래와 가격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RBC는 올해 캐나다 주택 재판매가 3.6% 감소한 45만 3,200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가격지수 역시 2.3% 하락한 79만 4,2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겨울철과 이른 봄에 주택시장이 부진했던 영향이 올해 전체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본 것이다.
내년부터 회복 뚜렷해질 전망
주택시장 회복은 내년부터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RBC는 내년 주택 거래량이 6.7% 증가해 48만 3,6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가격 역시 0.8% 상승해 80만 700달러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정도의 회복세만으로 주택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RBC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지만, 회복 규모 자체는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캐나다 주택 거래량은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주택 가격 역시 경기순환상 저점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내년에도 캐나다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리 추가 인하 기대 낮아…내년 인상 가능성
금리 역시 주택 구매 여력을 크게 개선시키는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차입 비용이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 사실상 최저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RBC 이코노믹스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뒤 내년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향후 주택시장 회복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고용 개선과 소득 증가, 구매자들의 시장 복귀 등에 더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캐나다 경제를 둘러싼 위험 요인을 감안하면 전국적인 주택시장 회복이 반드시 현실화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RBC의 경고다.
특히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 심리를 다시 위축시킬 가능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2023년 이후 네 차례 회복 시도 외부 충격에 좌절”
호그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이후 캐나다 주택시장이 회복을 시도했지만 외부 충격으로 번번이 기대가 꺾인 사례가 네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나 에너지 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 변수가 장기적이면서도 점진적인 시장 개선의 흐름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이번 회복 역시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경고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8월 22일부터 캐나다 수출품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는 품목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도 이에 대응해 오는 9월 8일부터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결국 캐나다 주택시장이 올해 들어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국제 에너지 가격, 금리 및 고용시장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회복 속도와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RBC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