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택시장 ‘버블’ 심각…첫 주택 구입하려면 중산층 상위권 소득 있어야
평균적인 중산층 소득을 올리고 있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평범한 중산층 소득만으로는 첫 주택을 구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통계청의 캐나다주택통계프로그램(CHSP)이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소득은 해당 지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집값으로 악명 높은 브리티시컬럼비아(BC)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꼽히는 노바스코샤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첫 주택 구입자 소득, 일반 가구보다 최대 36% 높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캐나다 대부분 지역에서 일반 가구가 첫 주택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021~2023년 4개 주와 1개 준주, 5개 지역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은 해당 지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보다 13~36% 높은 수준이었다. 첫 집을 사기 위해서는 같은 지역의 일반 가구보다 상당히 높은 소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장 격차가 큰 곳은 역시 BC였다. 2023년 BC에서 첫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연간 중위소득은 14만 5,000달러였다. 이는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보다 35.9%, 금액으로는 3만8,300달러 높은 수준이다.
노바스코샤가 뒤를 이었다. 첫 주택 구입자의 중위소득은 12만 달러로 전체 가구보다 27.3%, 2만 5,700달러 높았다. 뉴브런즈윅에서는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이 11만 달러로 전체 가구보다 20.6%, 1만 8,700달러 많았다.
CHSP 자료에는 퀘벡이 포함되지 않았고 다른 주 역시 완전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석 대상 지역은 캐나다에서 가장 비싼 지역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어 전국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온타리오와 퀘벡의 주택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의 자료가 캐나다 전체 주택 구입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첫 주택 구입자, 일반 가구보다 훨씬 빠르게 소득 늘어야
자료는 2021년부터 시작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택 구입 여건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됐는지를 보여준다.
BC의 경우 2021년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은 전체 가구 중위소득보다 25.5% 높았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노바스코샤에서도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은 2021년 중위소득보다 20% 높았지만 2023년에는 격차가 27.3%로 벌어졌다.
이를 소득 증가율로 환산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BC에서는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 증가 속도가 일반 가구 중위소득보다 48.6% 빠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바스코샤에서는 36.5% 빨랐다. 통계청 자료가 실질소득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률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두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뉴브런즈윅에서는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이 2021년 전체 중위소득보다 5.7% 높았지만 2023년에는 격차가 20.6%로 확대됐다.
매니토바에서도 격차가 약 3배로 커졌다. 2021년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은 전체 가구 중위소득보다 4.6% 높았지만 2023년에는 13.4%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들이 고가의 고급 주택이 아니라 생애 첫 주택, 즉 이른바 ‘스타터 홈’을 구입하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세금 환급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융상품 등 각종 지원책도 제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시장에 진입하는 가구는 결국 상당한 소득과 자산을 가진 계층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개선된 유콘도 여전히 ‘비싼 시장’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상황이 개선된 곳은 유콘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여전히 주택 구입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유콘의 첫 주택 구입자 소득은 전체 가구 중위소득보다 19.2% 높았지만 2023년에는 그 격차가 14.2%로 줄었다.
젊은 세대가 주택시장에 진입하려면 결국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을 얻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의미지만, 현실적으로는 주거 여건과 생활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유콘처럼 상대적으로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된 지역에서도 혹독한 겨울과 제한적인 일조 시간 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득 문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문제는 단순히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캐나다 주택시장 전체의 구조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첫 주택 구입자 줄면 주택시장 전체 거래 위축
첫 주택 구입자는 일반적으로 직장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고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계층이다. 그런데 조사 대상 지역 대부분에서 이들의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 분포의 70~80백분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첫 주택 구입자가 이미 중산층 상위권 또는 그 이상에 속한다는 뜻이다.
소득 분포 하위권에서 보더라도 이들은 전체 가구의 70% 이상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기존 주택 보유자가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집을 파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처럼 높은 소득을 가진 가구조차 첫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주택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있는 수요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주택시장 전체의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택 거래가 줄면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경제활동과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함께 감소한다.
주택을 팔려는 기존 소유자 입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 큰 집으로 옮기려는 ‘상향 이동’ 수요가 줄어들면 매도자가 원하는 시기에 집을 팔기 어려워지고 시장의 유동성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은퇴 후 현재 보유한 주택의 높은 가격을 자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높은 집값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보다는 보다 보수적인 주택 가치를 기준으로 은퇴자금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