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복관세, 전체 물가상승률 0.1~0.3%포인트 끌어올릴 가능성

 

캐나다의 대미(對美) 보복관세가 이미 생활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가계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세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당장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제품 가운데 15~50%의 보복관세가 부과될 대규모 품목 목록을 공개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관세는 오는 9월 8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보복관세 대상은 약 276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 발효시킨 ‘Section 338’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다.

 

철강·알루미늄 넘어 식품·생활용품까지

 

관세 대상은 철강과 알루미늄 등 제조업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체 목록에서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미국산 식품과 미용제품, 종이제품, 가정용 가구 등도 포함됐다.

당초 목록에는 생선과 해산물 제품도 들어 있었지만 캐나다 정부는 수요일 저녁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했다.

캘거리대 공공정책대학원의 트레버 톰브 교수는 이번 조치가 결국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입세인 만큼 가계의 지출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가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수입 제품 가격이 오르고, 이는 가계 예산을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계가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소비를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톰브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관세가 전액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의류와 신발 가격은 약 3.2% 상승할 수 있다. 식품과 비알코올 음료 가격은 1.9%, 가구 및 생활용품 가격은 6.2%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식기류와 주방용품, 목재 또는 금속으로 만든 의자와 각종 가구 등이 포함된다.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은 다른 분야로도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들이 일부 식품과 주류를 미국에서 수입할 경우 높아진 원가가 결국 외식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톰브 교수는 이를 종합하면 전체 소비자 물가가 평균 1.5%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품목별로 상승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절 직후 가격 급등 가능성은 낮아”

 

다만 노동절 직후부터 소비자들이 관세 충격을 즉각 체감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아이비경영대학원의 프레이저 존슨 교수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소매업체가 유통망에 연말까지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 관세가 시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을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 여부와 시점 역시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지나치게 빠르게 올려 소비자를 이탈시키는 것보다 일정 부분 마진을 줄이면서 가격 인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격을 한꺼번에 크게 올릴 경우 판매량과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존슨 교수는 미국의 Section 338 관세와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직접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제품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산 가전제품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상승하면 관세 대상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가전제품 가격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만큼 소매업체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관세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게 되고, 결국 전체 제품군의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복관세, 물가 0.1~0.3%P 끌어올릴 수도

 

BMO캐피털마켓의 셸리 카우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0.1~0.3%포인트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 통계청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7월 물가상승률은 휘발유 가격과 여행 관련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3%까지 소폭 높아졌다.

캐나다중앙은행의 한 연구에서는 2025년 시행됐던 이전 보복관세가 캐나다 물가상승률을 약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에도 광범위한 상품에 관세가 부과됐지만 시행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이번에는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역시 광범위한 품목이 대상에 포함돼 있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카우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가계 소비도 달라질 수 있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가 늘어난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예산을 다시 짜고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톰브 교수는 가계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거나 다른 지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이전부터 생활비 상승 압력을 받아온 가계의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대응할 여력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관세는 기존의 물가 부담 위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얹는 형태가 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화하면 GDP 성장률도 타격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캐나다 경제 전체에는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우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가 앞으로 1년 정도 더 유지될 경우 향후 1년간 캐나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완전히 위축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 속도는 확실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과 소비자의 투자 및 지출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