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협상단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접고 귀국한 가운데 미국의 50% 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캐나다 기업들이 새로운 관세 충격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합판부터 와인까지 미국으로 수출해 온 기업들은 이미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관세가 캐나다 전체 경제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줄까. 어떤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요 경제지표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GDP 성장률 0.5%포인트 깎일 수 있어

 

이번에 발효된 50% 관세는 캐나다산 제품 가운데 약 28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출품에 적용된다.

캐나다 전체 대미 수출액과 비교하면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BMO의 로버트 카브치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경제 전체로 보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BMO는 50% 관세가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자체의 직접적인 충격뿐 아니라 기업들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신규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점도 좋지 않다. 올해 초 캐나다 경제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2분기에는 강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카브치치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캐나다 경제에 새로운 관세 충격이 가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캐나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만 보면 충격이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관세가 집중되는 특정 산업과 기업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카브치치는 280억 달러라는 규모 자체는 캐나다 전체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50% 관세 대상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이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수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전자·전기 장비 제조업이다. 캐나다는 2025년 미국에 40억 달러가 넘는 전자장비를 수출했으며, 이들 제품 상당수가 이제 50% 관세 대상이 된다.

플라스틱 제품이 약 30억 달러로 뒤를 이었고, 가구·침구·조명 제품도 약 25억 달러에 달했다. 산업용 기계와 종이 제품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전자제품과 플라스틱, 가구 등 주요 제품의 상당 부분은 온타리오주와 퀘벡주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두 지역이 이번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역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지역은 종이와 목재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전체 대미 수출액 가운데 13%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매출 절반 이상 줄 것”

 

주요 제조업 외에도 이번 관세 대상에는 꿀, 양초, 하키스틱 등 다양한 소비재가 포함됐다.

카브치치는 기존 관세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소 이례적인 제품들이 이번에 한꺼번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품은 주로 규모가 작은 캐나다 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미국 소비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현지 생산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관세 충격을 견딜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캐나다독립기업연맹(CFIB) 조사에서도 미국으로 수출하는 회원사 가운데 40%가 이번 관세 대상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우려도 커졌다.

캘거리대 경제학과 트레버 톰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캐나다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관세 대상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35%는 관세 때문에 매출이 최소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78%는 새로운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CFIB의 댄 켈리 회장은 일부 회원사들이 이번 관세로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대 8만7,000개 일자리 사라질 수 있어

 

톰베 교수의 최근 분석은 관세가 일자리에 미칠 충격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에서 약 5만 2,000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피해가 해당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세 대상 산업을 지원하는 운송·물류, 회계·장부관리 등 연관 서비스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연쇄효과’로 추가로 약 3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톰베 교수는 캐나다 경제 전반의 거의 모든 산업이 직·간접적으로 미국과의 무역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산업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 규모는 약 8만7,000개에 달한다.

피해는 온타리오·퀘벡·브리티시컬럼비아 등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앨버타주는 이번 관세 대상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산업이 많아 약 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큰 변수는 관세보다 ‘불확실성’

 

이번 관세의 직접적인 충격은 특정 산업과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캐나다 경제 전체에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톰베 교수는 관세 자체보다 기업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캐나다 경제를 훨씬 더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약 18개월 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 ‘달러 대 달러’ 방식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어떤 미국산 제품이 대상이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캐나다산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관세를 50%까지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관세 대상 품목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향후 비용과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카니 총리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자동차 산업을 겨냥한 것은 캐나다 정부가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산 제품에 의존하는 미시간·오하이오·켄터키·앨라배마주의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미국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BMO의 카브치치 역시 가장 큰 우려는 캐나다가 보복하고 미국이 다시 보복하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규모가 캐나다보다 10배가량 큰 상황에서 이런 맞대응 무역전쟁을 캐나다가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CUSMA까지 흔들리면 피해 규모 눈덩이

 

이번 협상은 단순히 당장의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CUSMA)의 광범위한 재협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의 협상 결렬은 향후 북미 자유무역 체제 자체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이달 초 캐나다미국비즈니스위원회를 위해 작성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에서는 CUSMA가 폐기될 경우 캐나다에서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며, 2035년까지 캐나다 경제가 입게 될 손실은 2,7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결정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카브치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아직 2년가량 남아 있고 대통령의 관세 선호가 사라질 조짐도 뚜렷하지 않은 만큼 이번 갈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미루게 될 것은 고용과 투자다. 관세가 언제, 어느 산업으로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늦추고 신규 사업이나 설비 투자 역시 보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피해 규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런 ‘예측할 수 없는 경제 환경’이 캐나다 경제 전체에 장기간 드리울 그림자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