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 “(관세) 공격받으면 (관세) 전쟁”…미국과 무역협상 결렬에 맞대응 관세
“캐나다가 공격받았다. 공격을 받으면 전쟁 상태다”…29억 달러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에 캐나다도 맞대응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캐나다는 공격을 받았고, 공격을 받으면 전쟁 상태”라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 290억 달러 규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양국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카니 총리는 금요일 밤 자정 시한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요일 오전 의회 의사당 웨스트블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캐나다에 불리한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캐나다가 미국의 공격에 맞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보복 관세가 노동절 이후 첫 화요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봄 총리로 취임한 이후 카니 총리가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관세를 직접 발표한 첫 사례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또다시 크게 악화하면서 양국 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막판 협상서 자동차·언어·주권 문제 충돌
카니 총리는 협상 결렬에 이르게 된 마지막 일주일간의 주요 쟁점을 공개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 조항을 비롯해 캐나다의 언어와 문화 보호 장치를 제한하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 측 요구가 사실상 캐나다의 주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협상 마지막 몇 시간 동안 캐나다가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문구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조건은 캐나다 정부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설령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그 합의가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 정부가 미국이 자국의 모든 통상 관계를 재편하고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게도 잇따라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체결한 협정도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약속은 사실상 ‘연필로 쓴 서명’과 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협상단은 단결…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협상 막판 미국 행정부 내부의 의견 충돌이 최종 합의안에 반영됐다는 점도 시사했다.
캐나다 협상단은 하나로 뭉쳐 있었지만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이견이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봉합돼 있었지만, 이번 주 양국이 협정의 세부 내용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금요일 밤 자정 시한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미국 측이 합의안에 막판 변경을 가하면서 협상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마지막 변경안이 부당하고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았으며, 어떤 합의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 캐나다 정부의 판단이다.
CUSMA 재협상에도 먹구름
양국 협상의 전격 결렬과 캐나다의 보복 관세 부과는 향후 캐나다·미국·멕시코협정(CUSMA) 재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로 이번 사태가 CUSMA 재협상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카니 총리는 침통한 표정과 목소리로 협상 결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옆에는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미국 무역장관과 재니스 샤레트 캐나다 수석 무역협상가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했다.
당초 양국은 캐나다산 제품 290억 달러 규모에 새롭게 부과될 예정이었던 50% 관세를 막기 위해 장기간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합의가 무산되면서 미국의 관세는 예정대로 발효될 전망이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역시 미국산 제품에 같은 규모의 관세를 부과해 ‘달러 대 달러’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포드 온타리오 총리 “우리가 싸움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길 것”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토요일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보복 관세 계획을 지지했다.
포드 총리는 캐나다가 이번 싸움을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캐나다인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면 캐나다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금요일 미국의 관세로 피해를 입는 캐나다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22일 낮 12시 15분에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오후 1시 30분에는 각 주 총리들과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총리실 일정에서 확인됐다.
미국 “캐나다가 협상 균형 뒤집어”…추가 협상 계획 없어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즉각 캐나다에 책임을 돌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1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이 캐나다에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유리한 대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기존 약속 일부를 철회하면서 최근 며칠 동안 어렵게 마련한 협상의 균형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토요일 오전 추가 협상 일정은 잡혀 있지 않으며 미국은 캐나다의 보복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면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무역 갈등은 다시 본격적인 관세 전쟁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사태가 향후 CUSMA 재협상과 양국 기업의 투자·고용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