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관세가 캐나다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양국 간 무역전쟁이 보복 조치로 계속 확대될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캐나다 경제가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격화될 경우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기업 투자 위축 등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보다 무서운 ‘보복의 악순환’

 

미국의 새로운 관세는 지난 22일 토요일부터 발효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조치가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더 큰 위험은 양국이 서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금요일 자정, 새로운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 시한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 측의 받아들일 수 없는 ‘막판 변경’을 이유로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에서 캐나다가 철수한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새로 부과한 ‘Section 338’ 관세에 대해 캐나다도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보복 관세는 노동절 다음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월요일 다시 맞불을 놓았다. 내년 1월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초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만으로도 캐나다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국의 맞대응과 악화되는 수사, 추가적인 관세 확전 가능성이 겹치면서 경제적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토니 스틸로와 마이클 대번포트는 월요일 분석에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 위험 자체가 캐나다 경제의 전망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이 흔들릴 경우 캐나다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고 이후에도 영구적으로 낮은 성장 경로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두 경제학자는 카니 총리가 발표한 보복 관세가 미국의 Section 338 관세에 따른 충격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면서 경제성장을 더 둔화시키고 소비자물가를 소폭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예상되는 수준만으로는 경기 침체까지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관세와 캐나다의 보복 관세가 모두 적용될 경우 내년 캐나다 GDP는 0.3%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약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 ‘다음 타깃’ 예측 못해 투자 위축 우려

 

RBC 이코노믹스 역시 토요일 발표한 분석에서 무역전쟁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관세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 투자와 경제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세가 시행되더라도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80% 이상은 여전히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어떤 산업을 다음 관세 대상으로 지정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접적인 관세 대상이 된 산업뿐 아니라 미국과의 교역에 노출된 모든 산업에서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이미 1년 반 가까이 관세 위협에 노출되면서 불확실성을 견디는 데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2026년 들어 기업 심리와 투자 관련 지표가 다시 살아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소비자 충격은 제한적일 수도

 

피터 모로우 토론토대 경제학 교수는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사실상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교역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평균적인 소비자가 체감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관세가 대부분의 캐나다인이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보다는 특정 수입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캐나다산 특정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상품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캐나다산 상품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캐나다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내 가격은 올라간다. 두 효과가 서로 상쇄되면서 전체적인 소비자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곧바로 경기 침체로 연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로우 교수는 캐나다가 에너지와 전력, 핵심 광물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경제적 민족주의만으로 이런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양국이 정말 대규모로 관세 전쟁을 확대한다면 경제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미국 역시 석유와 전력, 핵심 광물 등 여러 분야에서 캐나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도 선택지 좁아져

 

관세전쟁이 앞으로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중앙은행은 다음 주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앞서 무역전쟁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면서 경제에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정도가 가능한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스틸로와 대번포트는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2.25%를 2027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에 따라 2028년까지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돼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앙은행이 향후 12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일시적으로 2% 아래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오르면 금리 인하도 어려워져

 

스코샤은행의 데릭 홀트 부대표 겸 자본시장경제학 책임자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복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정부의 재정 지원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충격으로 금리 인상이 줄어들거나 늦춰질 가능성은 있지만, 물가가 다시 오르면 중앙은행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캐나다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현재 부과된 관세 자체보다 앞으로 양국이 얼마나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관세가 제한된 수준에서 관리된다면 성장 둔화에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자동차 등 핵심 산업으로 갈등이 확대되고 CUSMA까지 흔들릴 경우 캐나다 경제가 경기 침체라는 더 큰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