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 “미국과 무역협상 중단”…새 관세에 맞대응
“미국의 막판 제안 변경은 부당하고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어떤 합의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협상이 막판에 전격 결렬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1일 금요일 밤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하고,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새로 부과될 예정인 고율 관세에 상응하는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당초 수요일부터 캐나다산 제품 290억 달러 규모에 5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금요일 자정까지 연장했고, 양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카니 총리는 21일 금요일 자정을 20분 앞두고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최근 수주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캐나다 국민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역협상을 중단하고 캐나다 협상단을 오타와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협상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캐나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협상했지만, 미국 측이 막판에 제시한 조건 변경이 부당하고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았으며 향후 합의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로 피해를 입는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가 협상 뒤집어”
미국 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금요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이 캐나다에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유리한 대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기존 약속 일부를 철회하면서 최근 며칠간 어렵게 마련한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협상 결렬이 캐나다가 미국과 협력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미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양국 협상이 결렬되자 캐나다 상공회의소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이를 북미 경쟁력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캔디스 레잉 캐나다 상공회의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을 겪고, 캐나다에서는 고객과 투자, 중소기업이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타리오주도 맞대응 지지
온타리오주 역시 카니 총리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미국의 관세에 대해 관세로, 달러에는 달러로 대응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카니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의 주권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며 온타리오주도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저녁 협상단이 자정 시한을 앞두고 합의 도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캐나다와의 무역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좋은 협상만 한다며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한 협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막판까지 이어진 협상…“거의 합의”에서 다시 결렬
캐나다·미국 무역장관 도미닉 르블랑과 캐나다 수석 무역협상가 재니스 샤레트는 금요일 미국 측 협상단과 추가 협상을 벌였다.
르블랑 장관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양측이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지만, 금요일 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와 르블랑 장관은 수요일 오후 각 주 총리들에게 그동안의 협상 내용을 일부 설명했다. 회의가 끝난 뒤 여러 주 총리는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양보안으로 주정부 운영 주류매장에 미국산 주류를 다시 진열할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위니펙 출신의 와브 키뉴 매니토바주 총리는 카니 총리가 주류 판매 재개를 요청한 것이 구걸까지는 아니었다면서도 구걸 바로 전 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당시 협상의 절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키뉴 총리는 합의 내용이 자신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팀 캐나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측 협상 내용은 여전히 베일 속
캐나다 정부는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미국의 추가 관세를 막고 기존 관세를 완화하는 대가로 어떤 양보를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금요일 오전에는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캐나다 국민들이 강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월 정계를 떠난 이후 정책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온 트뤼도 전 총리는 이날 의회 인근에서 열린 캐나다 최초의 2SLGBTQI+ 국가기념비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잠시 만났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할 당시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캐나다 국민의 단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NAFTA 재협상이라는 기회이자 도전을 맞았지만 캐나다 국민이 강하고 단결했기 때문에 좋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현재도 캐나다 전역에서 국가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강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정부가 올바른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였던 2018년 캐나다가 미국·멕시코와 NAFTA 재협상을 진행할 당시 총리였다. 이후 새 무역협정은 CUSMA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당시 자신이 협상했던 CUSMA를 미국에 불리한 ‘나쁜 협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