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달러 강세 이어지나…“미 달러 약세 영향, 오래가기 어렵다”
캐나다 달러의 최근 상승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기대보다 미국 달러 약세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약세를 이어가던 캐나다 달러가 이번 주 미국 달러당 73센트 선을 넘나들며 강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요일 저녁 캐나다와 미국이 잠정적인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캐나다 달러가 상승했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반등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 달러는 이번 주 72.8센트까지 올랐다가 금요일 다시 하락해 72.64센트 안팎에서 거래됐다. 최근 두 달 동안 캐나다 달러는 6월 70센트에 가까웠던 저점에서 2.6%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토요일 시한을 앞두고 캐나다와 미국 협상단이 무역협정의 세부 내용을 마무리하는 가운데서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캐나다 달러 강세를 무역협상 타결 기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달러 강세의 핵심은 미국 달러 약세”
칼 샤모타 코페이 크로스보더 솔루션 수석 시장전략가는 최근 캐나다 달러 움직임의 가장 큰 요인으로 미국 달러 약세를 꼽았다.
미 재무부가 수요일 장기 국채 환매 규모를 기존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였고, 이것이 캐나다 달러 환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캐나다 달러 환율에 나타나는 움직임의 압도적인 원인은 캐나다 자체보다는 미국 달러의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 리서치 앤드 어소시에이츠 대표도 캐나다 달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잠정 무역협정 발표 이전부터 이미 상승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2026년 2분기 캐나다 경제가 반등했음을 시사하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도 캐나다 달러 밀어올려
최근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도 캐나다 달러 강세의 배경으로 꼽혔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목요일 약 2% 상승해 배럴당 93.5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86.54달러까지 올랐다.
로젠버그 대표는 최근 수주간 유가가 반등하지 않았다면 캐나다 달러가 지금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에서 체결됐던 휴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한 것이 캐나다 달러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젠버그와 샤모타 모두 최근 캐나다 달러의 강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무역협정 타결돼도 불확실성 남아
샤모타는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을 둘러싼 무역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CUSMA를 갱신하지 않으면서 협정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재검토되는 구조에 놓였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캐나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억제하고 소비자들의 지출도 더욱 신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용, 무역 등 여러 경제지표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상당한 하방 위험도 남아 있다며, 이런 위험이 앞으로 상당 기간 캐나다 달러에 ‘위험 할인’ 형태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무역협정의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젠버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관세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분야의 고용 감소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새 협정으로 사라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세 위험의 일부일 뿐이라며, 당초 관세 위협의 대상이었던 수출품 자체가 전체 캐나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른 캐나다 GDP 성장률의 영향도 약 0.1%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이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달러 약세가 오면 캐나다 달러 반등 가능
다만 샤모타는 장기적으로 캐나다 달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현재 미국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 미 국채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미국 경제의 ‘예외적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사실상 일방적으로 베팅해왔고, 그 결과 미국 달러 가치가 캐나다 달러 등 다른 통화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의문을 품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시작한다면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캐나다 달러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샤모타는 이런 변화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시장이 주목해야 할 하방 위험이 너무 많아 투자자들이 캐나다 달러에 대규모로 베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달러 강세 위해선 구조개혁 필요
로젠버그는 캐나다 달러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와 정책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의 생산성이 수십 년간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는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기준금리 격차 역시 캐나다 달러 약세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캐나다 경제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금리도 미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현재 캐나다의 금리가 미국보다 100bp(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라며, 이 같은 금리 구조는 양국 경제의 상대적 부진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는 일시적인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경제에 자리 잡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