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계의 부채 증가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를 이끄는 축은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아닌 소비자대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 대출 증가율은 이미 이번 경기 사이클의 정점을 지난 반면, 소비자대출은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나며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 자료에 따르면 5월 가계 신용 규모는 전월보다 0.5%(169억 달러) 증가한 3조 2,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4%(1,387억 달러)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캐나다에서는 신용 규모가 감소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절대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올해 들어 연간 증가율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2020년과 같은 초저금리 충격은 미래의 대출 수요를 앞당겨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후에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금리가 당시보다 훨씬 높고 주택 거래도 감소했으며 인구 증가세도 둔화된 상황임에도 신용 증가율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보다 분명해진다.

 

모기지 증가세 이미 둔화… 사이클 정점 지나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여전히 모기지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5월 기준 캐나다 가계의 모기지 잔액은 2조 4,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달보다 0.5%(119억 달러), 지난해보다 4.3%(1,009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잔액 자체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시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증가 속도다.

연간 증가율 4.3%는 여전히 높은 수준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코로나19 이전 약 20년 동안 이보다 낮은 연간 증가율이 나타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현재 모기지 대출 증가율은 이미 이번 경기 사이클의 정점을 지난 뒤 둔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 뚜렷하다.

이는 2022년 저금리 환경에서 주택 구매와 대출 수요가 앞당겨 발생했던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전체 가계 신용이 여전히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남는 변수는 결국 소비자 대출이다.

 

소비자대출 급증…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

 

5월 소비자대출은 전달보다 0.6%(50억 달러) 증가한 8,277억 달러를 기록했다.

증가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00.4% 늘어나 세 배 이상 확대됐으며, 2023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소비자대출의 연간 증가율도 4.8%(378억 달러)로 높아졌다.

이는 최근 17개월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자 2010년 이후 5월 기준 최고 수준이다.

소비자대출 증가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건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계가 소비를 위해 돈을 빌리면 경제활동과 생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경제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에는 소비자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보인 사례가 많았다.

 

경기 회복 신호인가, 생활고의 경고인가

 

반면 소비자대출 급증을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기 확장 국면이 끝나고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생활비는 늘어나지만 소득 증가와 경제적 기회는 줄어들면서 가계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늘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소비자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동시에 연체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자대출 증가가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건강한 소비 확대인지, 아니면 생활비 부담을 견디기 위한 차입 증가인지는 앞으로의 고용시장과 연체율, 소비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