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면서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의 기준금리 결정이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9월 2일 수요일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예상보다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해 왔으며, 최근의 무역 갈등은 오히려 이런 전망을 더욱 굳히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2027년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전망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생겼다.

캐나다 내셔널은행(National Bank)의 테일러 슐라이히와 이선 커리 전략가는 월요일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충격에 일자리 10만~13만개 위험

 

지난 22일 토요일 미국이 약 28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부과한 50% 관세는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기업들의 투자와 경제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셔널은행(National Bank)은 미국의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캐나다에서 약 10만~13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이 다시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내셔널은행 전략가들은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분명히 커졌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물가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3%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오히려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사이 ‘딜레마’

 

슐라이히와 커리는 이란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금융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지만,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에도 중앙은행 정책위원들은 미국의 무역 제한 조치가 캐나다 경제에 충격을 줄 경우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지난 7월에도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동시에 통화정책만으로는 무역전쟁의 충격을 상쇄할 수 없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정 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보다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재무장관을 비롯한 연방정부 장관들은 이날 오전 미국의 새로운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됐던 경제 지원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27년 금리 인상 전망도 ‘위태’

 

현재 내셔널은행(National Bank)은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이 2027년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전망 자체가 무역전쟁의 향방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전망’이라고 인정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앙은행의 다음 조치는 금리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인하 시점은 앞으로 발표되는 경기와 물가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되느냐가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세가 장기화되면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지만, 보복 관세로 물가까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여지도 그만큼 좁아진다.

 

캐나다 경쟁력 하락도 과제

 

캐나다가 앞으로 더 높은 관세 환경에 적응하려면 경제의 구조적인 경쟁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셔널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과거 5위에서 최근 19위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기업 활동을 제약해 온 각종 규제와 세금, 주(州) 간 무역장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내셔널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스테판 마리옹과 에블린 고슬랭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더욱 보호주의적인 글로벌 무역질서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관세가 높아지는 새로운 세계 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캐나다 내부의 규제와 세제, 주 간 교역 장벽을 낮추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캐나다 정치권이 국내에서 해법을 찾는 ‘메이드 인 캐나다’식 경제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