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캐나다국세청), 소득 누락한 납세자에 벌금 부과했는데…알고 보니 세무 전문가인 회계사
500달러 넘는 소득 한 번 누락하면 이후 3년간 같은 실수에도 ‘반복 소득 신고 누락’ 벌금 부과
세금 신고에서 일부 소득을 빠뜨렸더라도 처음에는 벌금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소득을 누락하면 단순한 실수였더라도 ‘반복 소득 신고 누락(repeated failure to report income)’에 따른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연방 조세법원에 출석한 한 납세자가 이런 사례에 해당했다. 캐나다 국세청(CRA)이 2023년 세금 신고에서 소득 일부를 빠뜨렸다며 부과한 벌금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했지만, 이 납세자는 캐나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세무 전문가였다.
500달러 이상 소득 누락하면 이후 3년간 주의해야
캐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한 과세연도에 5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직전 3개 과세연도 가운데 어느 한 해에도 500달러 이상의 소득을 누락했다면 ‘반복 소득 신고 누락’ 연방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500달러가 넘는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고, 2022~2024년 중 한 해에도 500달러 이상의 소득을 누락했다면 이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벌금은 신고하지 않은 소득의 10%와, 해당 누락으로 인해 발생한 세금 과소 신고액 또는 세액공제 과다 신고액에서 이미 원천징수 등을 통해 납부한 세금을 뺀 금액의 50% 가운데 적은 금액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주정부 차원의 10% 벌금이 추가로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납세자가 세금 신고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기울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벌금을 피할 수 있다.
회계사였지만 투자소득 1만2715달러 누락
이번 사건의 납세자는 캐나다 소득세 규정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었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 소득 대부분은 여러 투자상품에서 발생했다. 본인이 직접 세금 신고서를 작성했으며, 투자소득을 신고하기 위해 약 150개의 세금 관련 서류를 확인해야 했다. 대부분 T3와 T5 서류였다.
문제는 2022년 영화 엑스트라로 일해 받은 501달러였다. 이 돈은 연예인 에이전시를 통해 지급됐지만, 납세자는 에이전시와 연락하기가 어려워 총 지급액이 적힌 T4A 서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501달러를 2022년 세금 신고에서 누락했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는 은행 거래내역을 확인하거나 영화 엑스트라 수입을 추정해 신고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납세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501달러는 500달러라는 벌금 적용 기준을 간신히 넘는 금액이었다. 이 때문에 이후 3년 가운데 한 해라도 다시 500달러 이상의 소득을 누락하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실제로 2023년 세금 신고에서 1만2715달러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CRA가 알아서 고쳐줄 것”…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아
납세자는 2023년 모든 투자소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필요한 자료를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매년 4월 30일 신고기한을 맞추기 위해 투자 관련 T3 서류를 제때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투자 중개업체로부터 필요한 서류를 받는 것이 지속적인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CRA는 심문 과정에서 CRA의 온라인 ‘My Account’를 이용하면 2022년과 2023년 세금 신고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납세자는 My Account 시스템이 특히 자신에게 너무 복잡하고 부담스러웠으며, ADHD를 앓고 있어 더욱 어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온라인에 표시된 정보가 모두 정확하고 완전한지도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세금 신고 방식에 대해 사실상 CRA가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법원 “전문가가 잘못 신고하고 CRA가 고치길 기다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납세자가 2022년과 2023년 세금 신고에서 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주의를 충분히 기울였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납세자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신고서를 잘못 작성한 뒤에도 정확한 신고를 위해 계속해서 확인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납세자는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를 마친 뒤 CRA가 문제를 발견해 바로잡아 주기를 기다렸으며, 배우자나 다른 사람이 대신 CRA My Account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했다.
법원은 납세자가 세금 관련 지식이 매우 많은 사람임에도 2022년과 2023년 모두 잘못된 세금 신고서를 제출한 뒤 CRA가 오류를 바로잡기를 기다렸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이런 방식으로는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납세자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CRA가 부과한 소득 신고 누락 벌금도 그대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