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택시장 거품의 대가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가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랜스유니온(TransUnion)의 2026년 2분기 신용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 신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세가 소비자들의 자신감에 따른 신규 대출 확대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차입자들이 급등한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을 때 집을 산 차입자들의 모기지 연체가 늘어나는 동시에 주택을 구입하지 않은 세입자들의 지급불능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규 대출보다 기존 가계부채가 신용 증가 주도

 

캐나다 가계의 전체 부채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6년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2조 6,4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는 신규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기존 차입자들이 보유한 부채 잔액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신용등급별로 부채 증가세가 극단적으로 양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점수 715~764점인 프라임(Prime) 차입자의 연간 신용 증가율은 0%로 사실상 정체됐다. 신용등급이 이보다 약간 높은 프라임 플러스(Prime Plus)는 1.2%, 다소 낮은 근접 프라임(Near Prime)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신용점수 800점 이상인 슈퍼 프라임(Super Prime) 차입자의 신용은 6.5% 늘었고, 신용점수 620점 미만인 서브프라임(Subprime) 차입자의 신용도 5.9% 증가했다. 전체 신용 증가세가 사실상 신용등급 최상위와 최하위 계층에 집중된 셈이다.

트랜스유니온은 대출기관들이 위험에 대비해 서브프라임 차입자에 대한 신용 공급을 공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간 서브프라임 신용카드 한도는 22.5% 줄어 평균 1,396달러로 낮아졌으며, 할부대출 신규 취급 건수도 44% 급감했다.

 

집값 고점 매수자, 모기지 연체 빠르게 증가

 

캐나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모기지다. 2026년 2분기 모기지 잔액은 1조 9,3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9%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모기지 계좌 수가 0.2% 감소했다는 것이다. 신규 모기지 취급액도 2.4% 줄어 평균 35만 4,683달러로 떨어졌다. 계좌 수와 신규 대출 규모는 줄었는데 기존 모기지 잔액은 증가한 것이다.

기존 모기지 잔액 증가가 반드시 경기 낙관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유니온의 자료는 이번 증가가 소비자들의 낙관적인 차입보다는 가계의 재정 압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60일 이상 연체된 모기지 대출 잔액의 비율은 2026년 2분기 0.31%로 상승했다. 1년 전보다 0.06%포인트(6bp) 높아진 수치다. 계좌 기준 연체율도 같은 기간 0.03%포인트 오른 0.29%를 기록했다.

특히 계좌 수보다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한 연체율이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모기지에서 재정 압박이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주택 가격 고점에서 집을 구입한 차입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했던 2022~2023년 주택시장 정점기에 실행된 모기지에서 연체가 가장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서브프라임 차입자에게 실행된 모기지의 12개월 연체율은 2.27%에 달했다. 이는 2021년에 같은 신용등급의 차입자에게 실행된 대출의 연체율 0.9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현재 나타나는 신용 악화가 단순히 차입자의 신용도 문제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주택가격이 높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부채를 떠안은 차입자들에게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 없는 세입자도 안전지대 아니다…지급불능 급증

 

주택을 구입하지 않은 세입자 역시 재정 압박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2026년 2분기 캐나다의 소비자 지급불능률은 1.1%로 최근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년 전 0.94%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트랜스유니온은 이 같은 증가세의 주요 원인이 모기지가 없는 소비자들의 지급불능 증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지급불능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도 웃돌고 있다.

트랜스유니온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정확한 지급불능률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모기지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26년 2분기 소비자가 보유한 평균 비모기지 부채는 2만8,118달러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모기지 부채 증가율보다 거의 두 배 빠른 속도다. 물론 모든 비모기지 부채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기지가 없는 소비자의 지급불능률이 높은 것은 상당 부분 세입자들의 재정 상황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소유자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주택에 축적된 자산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지급불능에 빠지기 전 주택을 담보로 추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을 매각해 재정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 큰 규모의 모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부풀려진 감정가가 광범위하게 활용됐던 사례를 감안하면, 일부 주택 소유자는 실제보다 큰 주택 자산을 활용할 여지도 있었다.

물론 주택 소유자의 재정 압박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어려움은 모기지 잔액 증가와 연체율 상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금리만의 문제가 아니다”…주택시장 거품 후유증 현실화

 

최근 신용 스트레스가 커지는 원인을 설명하면서 높은 금리를 주된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최근 나타나는 신용 증가와 투기적 주택시장 확대가 가계 재정에 미친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시장 고점 당시 주택을 가장 많이 매입했던 계층 가운데 하나가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높은 가격에 주택을 사들이면서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결과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빠르게 높아졌다. 그러나 임차인 역시 늘어난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주택을 구입한 차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주택 가격 상승기에 형성된 높은 부채와 임대료 부담이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 양쪽에서 동시에 신용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의 주택시장 거품이 형성됐던 시기에 누적된 부채 부담이 이제 모기지 연체와 소비자 지급불능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