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인·기업 지급불능 신청 급증…6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아
캐나다의 신용시장 부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최근의 낙관론과 엇갈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파산감독관실(OSB)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지급불능(insolvency) 신청이 크게 늘었다. 6월 기준 지급불능 신청은 6년 연속 증가했으며, 역대 6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급불능(insolvency)이란 무엇인가
지급불능은 단순히 빚을 한두 차례 연체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캐나다 파산감독관실(OSB)에 등록된 공인 지급불능 관리인(LIT)의 도움을 받아 채무 조정을 공식적으로 신청하는 절차를 뜻한다.
통계에는 개인과 기업이 모두 포함되며, 파산(bankruptcy)과 소비자 제안(consumer proposal)도 함께 집계된다. 어떤 절차를 선택할지는 채무 규모와 보유 자산, 연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급불능 신청 증가는 흔히 경기 악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반드시 현재 경제 상황이 즉각 나빠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급불능 신청에 이르기까지는 수년간 부채가 누적되고, 여러 상환 방법을 시도하고, 결국 대금 지급을 놓치는 과정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지급불능은 대표적인 ‘후행지표’로 분류된다. 이미 발생한 경제적 압박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통계에 나타나는 셈이다. 따라서 신청 건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기보다 그동안 누적돼 있던 가계와 기업의 재정적 부담이 더 이상 숨겨지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지급불능 통계만으로 경제 상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달의 수치보다 전체적인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급불능이 후행지표라고 하더라도 그 추세가 계속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경제지표들이 서로 엇갈린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지급불능 증가가 경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6월 지급불능 신청 1만3,254건…2009년 이후 최대 수준
캐나다의 6월 지급불능 신청은 1만3,2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 1,400건가량 증가한 규모다. 2020년과 비교하면 무려 100.8% 늘어나 두 배를 넘어섰다.
6월 기준 지급불능 신청이 증가한 것은 올해로 6년째다. 특히 올해 6월 신청 건수는 역대 모든 6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이보다 많았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6월뿐이었다. 그 이후의 6월 수치는 올해와 비교할 때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한 달 동안 발생한 일시적인 급증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1년간 지급불능 신청도 역대 두 번째 수준
지급불능 증가세는 6월 한 달에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전체 추세에서도 꾸준한 증가세가 확인되고 있다.
6월까지 12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접수된 지급불능 신청은 총 15만 50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2개월보다 5.3%, 약 7,600건 증가한 규모다.
12개월 누적 기준으로도 6월 기록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월간 기준보다는 역대 최고치와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2010년에 기록된 최고치보다 약 0.4%, 670건 적은 수준이다.
문제는 현재의 12개월 누적 증가세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0년에는 이미 지급불능 신청이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아직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압박이 이미 누적됐다는 사실 보여줘”
지급불능 신청 증가가 반드시 앞으로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누적된 경제적 압박이 뒤늦게 통계에 반영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급불능 신청이 정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금융기관과 신용시장 입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실 위험이 누적돼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지급불능 통계는 정책 당국이 강조하는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계와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급불능 지표에서는 상당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캐나다 경제의 현재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GDP나 고용, 소비 등 일부 개선된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급불능과 연체, 신용시장 부실 등 후행적으로 나타나는 지표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6월 지급불능 신청이 역대 두 번째 수준까지 올라선 데 이어 12개월 누적 신청 건수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만큼, 캐나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급불능은 이미 발생한 경제적 문제를 뒤늦게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앞으로 수치가 정점을 넘어설지, 아니면 증가세가 꺾일지가 캐나다 신용시장의 위험 수준을 판단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