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50% 관세가 19일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캐나다와 미국 협상단이 그 전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다. 이번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3개의 포고령에 따라 부과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주류·자동차·유제품 등 3개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캐나다 경제와 일자리, 물가에는 어떤 충격이 발생할까. 주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향후 파장을 살펴봤다.

 

경제 성장률 얼마나 떨어지나

 

새 관세는 캐나다산 와인과 위스키부터 시멘트, 하키 스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BMO 이코노믹스의 셸리 카우식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마이클 그레고리 수석 부이코노미스트는 화학·플라스틱, 전자제품 및 관련 장비, 소비재, 임업·목재 제품, 기계·산업 장비, 농업·식품, 기타 제조업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두 경제학자는 관세의 실제 충격은 결국 관세 위협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경제가 미·캐나다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을 넘기면서 회복 기반을 마련하려던 시점에 새로운 부담이 가해지는 셈이다.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BMO는 50% 관세가 전면 시행될 경우 캐나다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TD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헨칙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시행돼 계속 유지될 경우 향후 1년간 GDP 성장률을 0.3~0.6%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데자르댕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작게 봤다.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관세 발표 전에 내놓은 최신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실질 GDP 성장률이 2026년 0.7%에서 2027년과 2028년에는 약 1.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일자리 타격 우려

 

경제학자들은 50% 관세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BC 이코노믹스는 새로운 관세가 적용되는 제조업 분야의 생산과 일자리 가운데 약 20%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류·가죽 및 관련 제품, 전기장비·가전제품, 섬유·방직업 등이 주요 대상이다.

캐나다 제조업은 이미 기존 관세로 고용 감소를 겪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해 7월 이후 1만4,600개 감소했다. 감소율은 0.8%다.

미·캐나다·멕시코 협정(CUSMA)이 재협상에 실패하고 양국 무역관계가 악화될 경우에는 양국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별도의 분석도 나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캐나다·미국 비즈니스 카운슬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는 ▲현행 관세가 유지되는 경우 ▲CUSMA가 무너지는 경우 ▲협정이 성공적으로 재협상돼 무역관계가 개선되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CUSMA가 붕괴할 경우 캐나다에서는 10만 2,000개, 미국에서는 21만 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대로 협정이 성공적으로 재협상되고 양국 무역관계가 개선되면 캐나다에서 약 9만 8,000개, 미국에서 13만 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과 투자가 위축되면 기업의 채용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충격은 캐나다 대응에 달려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캐나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8일 뉴펀들랜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RBC 이코노믹스의 네이선 얀젠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관세가 미국 수입업체의 비용을 높이고, 수입업체들이 증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 일부에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IBC 캐피털마켓의 앤드루 그랜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자유당 정부가 보복관세를 선택할 경우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관세가 캐나다 경제에 경기 둔화 압력을 가하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세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관세가 실제 시행될지, 시행된다면 캐나다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 변수다.

 

기업 90% “관세 영향 우려”

 

캐나다 기업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캐나다독립기업연맹(CFIB)이 회원사 1,83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90%가 새로운 관세가 가져올 영향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78%는 새로운 관세가 미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고, 75%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78%는 관세가 시행되면 매출 감소를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35%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우려도 비슷했다. 애버커스 데이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새로운 관세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74%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이미 가계 재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0%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봤고, 44%는 영향이 경미하다고 답했다.

다만 캐나다 정부의 대응 방식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36%는 새로운 보복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고, 30%는 추가 관세 없이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주류에 대한 주정부의 판매 제한을 철회하는 등 양보를 통해 관세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그쳤다.

또 55%는 캐나다가 CUSMA 이후를 준비해 다른 국가들과 무역관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4%는 기존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관세 발효 전 막판 협상

 

캐나다와 미국이 마감 시한 전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는 19일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도미니크 르블랑 캐나다·미국 무역장관과 재니스 샤레트 수석 무역협상대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19일 오전까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18일 양국 당국자들이 관세 발효를 막기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신도 발효 시한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매우 집중적이고 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 내용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시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세 발효를 불과 하루 앞둔 가운데 캐나다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은 결국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