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물가 상승률이 7월에 다시 3%까지 올라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반등이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와 무역 갈등이 캐나다 경제에 미칠 위험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은 물가보다 경기 하방 위험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통계청은 17일 7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6월의 2.8%보다 0.2%포인트 높아졌으며 시장 예상치도 소폭 웃돌았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물가 반등 주도

 

7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던 휴전 합의가 7월 들어 흔들리면서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던 흐름이 상당 부분 되돌아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25.7% 상승했다. 6월의 연간 상승률 20.5%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하지만 데자르댕의 랜들 바틀렛 수석부이코노미스트는 8월 들어 휘발유 가격이 다시 진정되고 여름 초반 나타났던 일시적인 물가 상승 요인도 약화하면서 현재 물가 상승률은 3%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안정되려면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의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동 정세와 이란과의 갈등,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이 국제 에너지 가격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항공료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7월 항공료는 1년 전보다 12% 올랐다. 6월 상승률 9.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여행 패키지 비용도 7월 크게 상승했다. 통계청은 FIFA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미국 주요 도시의 호텔과 항공편 가격이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월드컵이 끝난 만큼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8월부터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료품 물가는 다소 진정…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7월에는 식료품 가격이 다소 안정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점에서 구입하는 식품 가격의 연간 상승률은 7월 3.1%로 6월의 3.9%에서 낮아졌다.

그러나 식료품 물가는 18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바틀렛 부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약세를 보이는 캐나다 달러, 과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생한 비료 등 주요 농업 투입재 공급 차질 등이 앞으로도 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가격 상승률이 앞으로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9월 2일 금리 결정 앞두고…시장 “동결 가능성 99%”

 

이번 7월 물가지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오는 9월 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주요 물가 자료다.

중앙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2.25%로 유지하고 있으며, 6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나 인상에 나서지 않고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SEG 데이터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7일 정오 기준 금융시장에서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약 99%에 달했다.

BMO의 로버트 카브치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중앙은행이 선호하는 근원물가 지표 일부가 다소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기저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더라도 장기적인 연간 상승률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고,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시한도 임박한 상황이지만 BMO는 중앙은행이 9월뿐 아니라 2026년 남은 기간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경제는 2분기에 강한 반등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미국과의 무역 불확실성에 의해 그 회복세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물가는 7월에 다소 뜨거워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관세가 물가보다 더 큰 변수

 

CIBC의 앤드루 그랜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앙은행이 국제 유가 변동과 미국의 관세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볼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반등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확인한 뒤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CIBC는 기준금리가 2027년 중반까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자르댕의 바틀렛 부이코노미스트 역시 중앙은행이 당분간 정책 수단을 아껴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8월 19일부터 미국의 새로운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캐나다 수출의 약 5%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경제성장에 상당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물가지표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보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 경제와 물가에 미칠 하방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결국 7월 물가 상승률이 3%로 다시 올라섰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캐나다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바꿀 만큼 심각한 신호로 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중앙은행의 시선은 물가 자체보다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칠 파급 효과에 더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