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캐나다 주택시장 ‘균형’은 매수세 회복보다 매도자들의 이탈이 만든 결과
부동산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숫자가 하나만 나와도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 쉽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 역시 7월 캐나다 주택시장을 두고 ‘주택 거래가 다시 증가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계절조정 기준 7월 주택 거래는 전월보다 0.5%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캐나다 주택시장이 겪어온 침체를 감안하면 여름철까지 4개월 연속 거래가 늘어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7월과 8월은 통상 주택 거래가 둔화되는 시기다. 이후 가을에 다시 거래가 활기를 되찾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 점에서 4개월 연속 거래 증가가 보여준 시장의 모멘텀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한 발 물러서서 보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실제 거래량은 지난해 7월보다 5.3% 감소했고, 올해 들어 누적 거래량도 5.1% 줄었다.
시장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매수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숫자는 신규 매물 감소다. 7월 신규 매물은 전월보다 1.6%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실제 신규 매물은 6.9% 줄었고,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4.6% 감소했다.
매물 감소가 거래 회복보다 시장의 ‘균형’에 더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거래량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시장에 새로 나오는 주택이 줄면서 거래 대비 신규 매물 비율이 높아졌다.
매도자들이 시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CREA가 캐나다 주택시장이 균형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한 것은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20만 5,388채로 1년 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장기 계절 평균보다는 1.5% 높은 수준이다. 매물 소진 기간도 4.7개월로 장기 평균인 5개월보다 소폭 낮아졌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일부 매수자는 시장에 들어오지만, 반대로 일부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를 미루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국 양측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게 된다.
현재 캐나다 시장에서는 매도자 쪽의 움직임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매수 제안이 들어오지 않으면 매물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종료하고 시장을 기다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이 사라지면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데도 수급은 겉으로 더 팽팽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캐나다 전체 수치는 이런 지역별 차이를 상당 부분 가린다.
온타리오주의 매물 소진 기간은 4.4개월인 반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6.8개월, 앨버타주는 3.5개월이다. 같은 캐나다 시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다르다.
특히 캐나다 주택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가 시장에서 매물 감소가 뚜렷했다.
광역 토론토에서는 신규 매물이 지난해 7월보다 17.8% 감소한 반면 거래는 0.9% 줄어드는 데 그쳤다. 광역 밴쿠버에서도 신규 매물은 14.3% 감소했고 거래는 9.6% 줄었다. 프레이저밸리에서는 신규 매물이 22.3%, 거래가 7.3% 각각 감소했다.
시장에서 경쟁 매물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분양 또는 장기 매물들이 사라지고 매수·매도자 간 협상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으면 시장이 건강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 매물과의 경쟁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 능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며 실제 구매 자격을 갖춘 수요층 역시 여전히 제한적이다. 일부 주택 소유자들이 약한 매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 매도를 미룬 결과일 수도 있다.
퀘벡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신규 매물은 1년 전보다 9.2% 증가했지만 거래는 6.4% 감소했다. 몬트리올에서도 신규 매물이 4.3% 늘어난 반면 거래는 10% 감소했다. 매물은 늘고 매수자는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의 상황을 합산한 결과가 전국적으로 ‘균형’에 가까운 시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개발이나 대출 심사를 전국 평균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주택가격 0.1% 상승…이 숫자 하나로 바닥 판단하기엔 이르다
캐나다 전국 종합 MLS 주택가격지수(HPI)는 7월 전월보다 0.1% 상승했다. 2024년 말 이후 처음으로 월간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조정되지 않은 기준으로 보면 주택가격지수는 여전히 지난해보다 3.3% 낮다.
0.1% 상승은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해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숫자다. 거의 2년 동안 하락했던 가격이 마침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업계가 기대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0.1% 오른 것만으로 주택가격이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
주택 구매자들은 모기지 금리만큼이나 주택 가격의 방향을 중요하게 본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실질가격보다는 실제 지불해야 하는 명목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기다리는 데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고 느낀다. 반대로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면 ‘바닥 매수’를 노리는 수요가 조금씩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몇 달 동안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한다면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일까지 주택가격이 추가로 떨어져 자산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단계일 뿐, 이를 뒷받침할 추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광역 토론토의 주택가격 기준지수는 1년 전보다 4.6%, 3년 전보다 16% 낮았다. 광역 밴쿠버는 1년 전보다 6.2%, 로어메인랜드는 6.4%, 프레이저밸리는 7.1% 각각 하락했다.
미시사가도 1년 전보다 5.6%, 3년 전보다 18.6% 떨어졌다.
반면 캘거리는 1년 전보다 0.9% 하락하는 데 그쳤고, 에드먼턴은 0.4% 상승했다. 몬트리올은 2.4% 올랐다.
이처럼 지역별 상황이 크게 다른 만큼 이들을 하나의 전국 지수로 묶어 0.1% 상승이라는 숫자만 강조하면 실제 시장보다 회복세가 훨씬 강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7월 평균 주택 거래가격은 67만 4,819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상승했다.
그러나 평균 거래가격은 어떤 종류의 주택이 얼마나 거래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토론토 노스욕의 중층 콘도와 밴쿠버 서리의 타운하우스는 각각 해당 지역의 비교 매물과 대출 조건, 실제 구매자의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전국 평균 거래가격이 0.2%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에 세웠던 부동산 사업성이나 투자계획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결국 ‘얼마나 팔리느냐’
7월 거래 증가 역시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온타리오주 거래는 2.5%, 광역 토론토는 3.2% 증가한 반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앨버타주는 1.4%, 서스캐처원주는 4.9% 각각 감소했다.
특히 7월 전국 거래 증가를 상당 부분 이끌었던 광역 토론토에서도 거래된 주택은 5,995채로 지난해 7월보다 0.9% 적었다.
광역 밴쿠버 거래는 9.6%, 에드먼턴은 11% 감소했다.
전국적인 시장 분위기는 소비자들이 부동산 플랫폼에서 매물을 살펴볼 때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구매 결정은 철저하게 지역별 시장에서 이뤄진다.
미시사가에서 콘도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와 몬트리올에서 단독주택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마주하는 시장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건설업체와 대출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도 시장의 분위기가 아니다. 현재 가격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주택이 거래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거래 대비 신규 매물 비율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다. 경쟁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시장이 질서 있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프로젝트 출시 속도와 각종 인센티브, 금융기관의 대출 의향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어쩌면 ‘지루한 시장’이 가장 좋은 회복 신호
2020년 이후 캐나다 주택시장은 폭등과 급랭을 반복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평범한 구간’은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장이 침체될 때마다 ‘잠재된 대기 수요’를 이야기한다. 물론 실제 대기 수요도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수요도 적지 않다.
2020~2022년 주택시장 호황은 향후 3~4년간 발생할 구매 수요를 상당 부분 앞당겼다. 당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다시 첫 주택을 구입할 수는 없다.
현재 시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가격 할인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성을 원한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유가, 물가, 고용, 인구 증가,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모두 지켜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택시장이 오히려 ‘지루한 그래프’가 되는 것이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6개월 동안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거래량이 평범한 수준을 유지하며 매물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인다면, 또 하나의 화려한 회복 뉴스보다 소비자들의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가을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올가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토론토와 밴쿠버의 신규 매물이다.
매도자들이 매수자보다 빠르게 시장으로 돌아온다면 올여름 나타난 시장의 수급 개선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매도자들이 계속 시장에서 물러나 있다면 건설업체들은 기존 주택과의 경쟁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다만 실제 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다.
두 번째는 주택가격지수(HPI)다. 단순한 반올림 수준의 0.1% 상승을 넘어서는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매도자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할 경우 가격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실제 거래량이다.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CREA의 ‘균형시장’ 판단은 틀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캐나다 주택시장에서는 화려한 반등보다 지루한 안정이 오히려 진전의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