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개인·소비자 파산 및 지급불능 신청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1인당 지급불능 신청 건수로 따지면 정상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BMO캐피털마켓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캐나다 가계의 실제 부채 부담과 신용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BM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캐나다의 지급불능 신청 증가세가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사실상 정상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단순히 인구 대비 비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급증하는 지급불능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6월 지급불능 신청 1만3,254건…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아

 

캐나다에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총 1만3,254건의 지급불능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 증가한 규모이며, 2020년 6월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6월 기준으로 이보다 많은 신청 건수가 기록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뿐이다. 사실상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그럼에도 BMO는 인구 증가를 주요 완충 요인으로 보고 있다.

BM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카브치치는 최근 소비자 지급불능 신청이 2009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캐나다 전체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사실상 정상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가 늘어나면 전체 신용 손실에서 지급불능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논리다. 카브치치는 결국 “실제로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인당 수치 낮다’고 지급불능 급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경제 지표를 분석할 때 1인당 수치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 역시 단순한 총액만으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면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1인당 GDP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지급불능 문제 역시 단순히 1인당 수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의 지급불능 신청은 이미 2019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팬데믹 기간 정부 지원과 법적 조치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관련 조치가 종료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즉, 2019년 당시에도 지급불능 증가가 중요한 경제적 경고 신호였는데, 이후 이민과 인구 증가로 1인당 수치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문제를 덜 심각하게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구가 늘었다는 이유로 가계의 재정 악화를 희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인구가 늘었다고 대출받는 사람도 같은 비율로 늘었나

 

금융 데이터를 해석할 때는 숫자의 배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주택시장에서도 단순한 주택 구매 수요와 실제로 모기지를 받을 수 있는 구매자를 구분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실제 소득과 신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구매 수요라고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캐나다 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그만큼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인구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5년간 캐나다 인구 증가분 가운데 약 40%는 비영주권자(NPR)가 차지했다. 여기에는 임시 취업자와 유학생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캐나다에 장기간 정착한 이민자들에 비해 무담보 신용을 이용하기 어렵고, 대출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금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지급불능 통계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 캐나다의 소비자 지급불능의 대부분이 무담보 신용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지급불능 신청자 상당수는 이미 은행 대출 보유

 

캐나다 파산감독관실(OSB)은 공개 자료에서 지급불능 신청자의 이민 신분을 별도로 추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급불능 신청자들의 금융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OSB에 따르면 2024년 지급불능 신청자의 57%가 은행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대출 중간값은 약 2만 달러였다.

또 신청자의 20%는 과거에도 지급불능 신청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처음으로 금융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한 차례 지급불능 절차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신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임시 취업자나 유학생 중심의 비영주권자 인구가 단순히 늘어난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최근 인구 증가가 전적으로 이민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 출생한 인구도 늘었다. 다만 이처럼 인구가 증가했다고 해서 모든 신규 인구가 동일한 수준의 신용을 이용하고 금융시장에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 역시 가계 부실 확대를 체감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출자가 많아질수록 전체 대출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일부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라면 오히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캐나다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은행권의 모기지 보유 규모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모기지 연체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인구 증가만으로 캐나다 가계의 신용 상황이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지급불능 문제를 1인당 수치로만 평가하면 가계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채를 부담하고 있는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상환 압박에 직면했는지 놓칠 수 있다.

캐나다의 지급불능 신청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단순한 인구 증가를 근거로 이를 ‘정상화’로 평가하는 것은 가계 부실의 실체를 지나치게 축소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모기지 연체와 소비자 지급불능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비율보다 실제로 부채를 보유한 가계의 상환 능력과 연체 추세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