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생활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캐나다인들이 일상적인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저축을 꺼내 쓰고 신용카드와 신용한도 대출까지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캐나다인들이 고령층보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더 크게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평가업체 에퀴팩스(Equifax)가 리제(Leger)에 의뢰해 실시한 최신 소비지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가계가 높은 생활비와 부채 부담으로 재정적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17~19일 성인 캐나다인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0명 중 4명 “1년 전보다 지출 늘었다”

 

전체 응답자의 40%는 지난해보다 지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반면 지출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42%는 55세 미만이었고, 36%는 55세 이상이었다. 에퀴팩스는 55세 미만 캐나다인들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고령층보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젊은 층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통상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높은 생활비와 고용 불안이 동시에 가계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MNP도 지난달 높은 생활비로 인해 많은 캐나다인들이 이른바 ‘생활수준 인플레이션 축소(lifestyle shrinkflation)’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캐나다인 5명 중 3명에 해당하는 61%가 급여를 받기도 전에 소득의 절반 이상이 각종 청구서와 부채 상환, 정기적인 생활비로 이미 빠져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체 소득의 대부분이 이미 지출처가 정해져 있다고 답한 비율도 32%에 달했다.

 

저축 깨고 신용카드까지…‘생계형 부채’ 늘어

 

이번 에퀴팩스 조사에서도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저축과 신용카드, 신용한도 등을 활용하는 캐나다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3%는 일상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저축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신용을 더 많이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20%였다. 또 13%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고 답했다.

에퀴팩스 캐나다의 고급 분석 담당 부사장 레베카 오크스는 생활비 상승과 부채 부담이 겹치면서 상당수 가계의 재정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러 재정적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면 가계가 갑작스러운 지출이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응답자의 29%는 1년 전보다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 데 신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비율인 29%는 지난해보다 자신의 재정적 요구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55세 미만 응답자들은 55세 이상보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용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빚 갚기도 버거워…“최소 상환액만 낼 것”

 

생활비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부채를 갚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한도 대출과 신용카드 등 각종 부채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25%는 앞으로 부채의 월 최소 상환액만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7%는 부채 상환금을 아예 연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최소 상환액만 낼 가능성이 높은 계층에는 55세 미만의 젊은 층과 자녀가 있는 가구가 특히 많이 포함됐다. 반면 55세 이상 응답자들은 부채 잔액을 매달 전액 상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에퀴팩스 캐나다의 소비자 보호 및 규정 준수 담당 책임자인 줄리 쿠즈믹은 재정적 압박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보다는 서서히 누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월 최소 상환액만 내는 방식은 당장 어려운 한 달을 넘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채를 갚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여가·개인관리비부터 줄인다

 

높은 생활비와 부채 부담을 견디기 위해 상당수 캐나다인들은 불필요한 지출부터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는 오락과 여가 활동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개인 관리 관련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특히 여성들이 오락·여가와 개인관리 분야에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부담이 당장 해결되지 않으면서 미래를 위한 저축 역시 갈수록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은퇴자금·내 집 마련도 “걱정”

 

응답자의 44%는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택 구입을 위한 다운페이먼트처럼 큰 규모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자녀 교육비나 고령 부모 부양 등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없을 것을 걱정한다는 응답도 26%였다.

생활비와 부채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한 저축까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채 잔액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상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더 늦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의 상환 의무와 만기일을 다시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상환 계획을 세우는 한편 필요하다면 금융기관이나 신뢰할 수 있는 신용상담기관과 상담해 추가적인 부담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비 상승이 장기화되고 신용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계의 재정적 선택지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당장의 지출을 버티기 위해 저축을 깨고 빚을 늘리는 가계가 늘면서 캐나다 소비자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