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수십 년째 지적돼 온 복잡한 세법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크 카니 총리 정부의 예산 협의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는 세제 개편을 한꺼번에 추진하기보다 ‘한 번에 하나씩’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며, 특히 소기업 관련 세제 개선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프레스(Canadian Press)가 최근 수주간 세제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을 취재한 결과, 캐나다의 세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미 오래전부터 필요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세인트존-케네베카시스 지역구의 웨인 롱 연방 하원의원도 이런 평가에 동의했다. 롱 의원은 캐나다 국세청(CRA) 및 금융기관 담당 국무장관으로, 최근 캐나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법 전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법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눈을 굴린다”며 “과거에는 세법이 책 한 권 분량이었다면 이제는 두 권이 됐고, 계속 내용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다.

 

카니 정부, 가을 예산에서 ‘성장 기반’ 마련

 

롱 의원은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재무장관과 함께 올여름 전국을 돌며 차기 예산안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자유당 소속 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마크 카니 총리가 취임한 이후 두 번째로 내놓게 될 올가을 예산안을 미국의 관세 공세로 인한 충격 이후 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자유당 정부의 ‘2장’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해외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캐나다의 세법과 투자 관련 제도가 개선된다면 캐나다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롱 의원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다른 나라의 제도가 캐나다보다 기업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종종 듣고 있다며 투자 장벽을 적극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국제 투자자들이 캐나다를 보고 이곳에 돈을 투자하고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세제 개편은 일부에 그쳐

 

카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단행한 세제 변화는 일부 분야에 국한됐다.

법인세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자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신규 장비에 대한 즉시 비용 처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개인 소득세 분야에서는 최저 소득세율 구간을 1%포인트 낮췄으며, 내년부터 자동 세금 신고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자유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법인세 체계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캐나다 프레스가 샹파뉴 장관실에 해당 계획이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지만, 대변인 존 프라고스는 향후 세제 변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차기 예산안이 혁신과 성장, 캐나다 기업가 정신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40년간 근본적 세제 개편 없어”

 

야당인 보수당은 자유당 정부가 세법의 일부만 손질했을 뿐 근본적인 세제 개편에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당 재정평론가 마이클 총 의원은 캐나다가 마지막으로 세제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은 40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 정부가 추진한 개편을 통해 현재의 상품·서비스세(GST)가 도입됐다.

총 의원은 수십 년 동안 캐나다에서 대규모 세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행 세제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 투자의 장기적인 부진과 낮은 생산성이 자본을 해외로 밀어내는 복잡하고 낡은 세금 체계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은 캐나다의 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고소득 개인과 성공한 기업들이 캐나다에 정착해 투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총 의원은 구체적인 개편 방안으로 세제 현대화 방안을 마련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적인 개선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 번째 손질 대상은 ‘소기업’

 

세제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세법을 단순화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롱 의원은 정부가 세제 개편을 한꺼번에 추진하기보다 한 단계씩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예산 사전 협의에서 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정부가 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복잡한 세금 체계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지를 집중적으로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기업의 세금 신고와 각종 보고 의무를 줄이고, 사업체들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캐나다독립기업연맹(CFIB)의 댄 켈리 회장도 정부가 캐나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기업가 가뭄’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기업 지원에 진지한지는 결국 예산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켈리 회장은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정부 당시 소기업 정책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세제 혜택을 무작위로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복잡한 세법이 기업의 비용과 불안 키워

 

기업들이 법인세 체계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 보니 기업의 세무 행정 비용이 높아지고, 신고 과정에서 실수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프레스가 접촉한 세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세법에 겹겹이 쌓인 관료주의적 절차를 개편의 주요 대상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세법을 단순화하려면 특정 산업이나 정치적 이해집단을 대상으로 한 각종 맞춤형 세액공제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롱 의원 역시 세제 개편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와 정치적 현실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현재 자유당 정부가 근소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정책 추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분 개편보다 전체 개편이 효과적일 수도”

 

일부 전문가들은 세법을 조금씩 뜯어고치는 방식보다 전체적인 개편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특정 세제 혜택 하나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개편안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공인회계사협회(CPA Canada)의 세무 담당 책임자인 라이언 마이너는 소기업에 대한 기존 세제 혜택을 예로 들었다.

현재 소기업이 벌어들이는 첫 50만 달러의 소득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없애면 캐나다 전체 기업의 세무 행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소기업의 설비 및 투자에 대한 비용 처리 혜택을 확대하면 기존 혜택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특정 계층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개편을 추진하려면 다른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정치적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켈리 회장은 소기업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보다 단순하고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의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소기업 소득 기준을 70만 달러까지 높여 기업들이 더 오랫동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율 인하와 세수 감소 사이의 딜레마

 

특정 분야의 세금을 낮추면 정부는 세수 감소를 감수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세금을 올려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소득세나 소비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총 의원과 켈리 회장은 세율을 낮추는 것이 기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기업의 유입을 늘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세수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정부가 40년 만의 대대적인 세제 개편에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소기업을 시작으로 부분적인 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할지는 올가을 예산안에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