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유언장을 작성하고 수혜자를 최신 상태로 지정해 두는 등 상속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 놓았더라도 가족들이 관련 서류와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른다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사망 직후 며칠은 유족들에게 가장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이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서류와 정보를 찾아 헤매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생전에 가족과 미리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음은 가족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할 다섯 가지 사항이다.

 

상속 준비의 절반은 '대화'

 

상속 계획은 유언장 작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상속 계획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요한 법적 서류를 갖추는 것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가족과의 소통이다.

CTV뉴스가 소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상속 계획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상속 문제를 상담 과정에서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결국 가족과의 대화는 본인이 직접 시작해야 한다.

 

1. 유언장과 중요 서류의 보관 장소

 

유언장은 존재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족이 원본을 찾지 못하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언집행인은 원본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자택 금고인지, 변호사 사무실인지, 은행 안전금고인지 미리 알려둘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 안전금고에 보관했다면 유언집행인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언장 작성 서비스도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에서는 문서를 작성해 주는 역할만 한다. 법적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출력한 뒤 본인 서명과 증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전자 유언장을 공식 인정하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제외하면 종이 원본이 여전히 필요하다.

유언장뿐 아니라 위임장(Power of Attorney), 보험증권, 혼인·이혼 관련 서류의 보관 위치를 함께 알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2. 보유 자산과 부채를 한눈에 정리한 목록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이다.

가족들은 집이나 주거래 은행 계좌 정도는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은행에 가입한 GIC(보장투자증서), 오래전 직장에서 적립한 연금, 온라인으로 개설한 투자계좌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한 장짜리 자산 현황표를 만들어 둘 것을 권한다.

거래 중인 금융기관, 모든 계좌 종류, 부채 현황, 재정설계사와 회계사, 변호사의 연락처 등을 정리해 두면 된다. 잔액이나 비밀번호까지 적을 필요는 없으며, 전체 자산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역할이면 충분하다.

이 목록은 매년 한 차례씩 업데이트하고 유언집행인에게 보관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3. 사망 후 발생할 세금 부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상속세다.

캐나다에는 상속세(Inheritance Tax)가 없지만 그렇다고 사망 후 세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국세청(CRA)의 '간주 처분(Deemed Disposition)' 규정에 따라 사망 직전 모든 자본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간주되며, 배우자 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자산이 승계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한 규모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세금 때문에 유족이 유지하고 싶었던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4.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는 방법

 

오늘날 대부분의 금융 정보는 비밀번호 뒤에 숨어 있다.

은행 앱, 이메일, 투자 계좌는 물론 스마트폰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면 다른 계정에도 접속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긴급 접근 기능이나 상속 기능을 제공하는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문서에 접근 방법을 기록해 다른 중요 서류와 함께 보관할 것을 권한다.

다만 비밀번호를 유언장에 직접 적어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유언장은 검인(Probate) 절차를 거치면서 공개 문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 유언집행인이 처리해야 할 정부 행정 절차

 

유언집행인은 사망 사실을 캐나다 국세청(CRA)과 서비스캐나다(Service Canada)에 신고하고 마지막 세금 신고를 마친 뒤 남아 있는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이후에야 상속재산을 유족에게 분배할 수 있다.

정부 지원금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캐나다연금(CPP) 사망급여는 일반적으로 최대 2,500달러가 지급되며, 2025년 1월 1일 이후 사망자의 경우에는 일부 사례에서 최대 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신청은 사망 후 60일 이내에 해야 하며 자동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배우자는 CPP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반드시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상속 계획은 가족을 위한 마지막 배려

 

상속 계획은 단순히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에게 책임과 정보를 안전하게 넘겨주는 과정이다.

가장 좋은 상속 준비는 유족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류, 존재를 알고 있는 금융 계좌, 미리 예상한 세금, 그리고 연락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을 남겨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 안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관련 서류를 한곳에 정리하고 가족들과 이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족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배려가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