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부담 줄이고 자산도 확보…소도시 주택 구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주택 구입 부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해 왔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에 따르면 6월 주택 착공은 계절조정 연율 기준 23만 8,900가구에 그쳤다.
CMHC가 중시하는 최근 6개월 평균 착공 규모도 24만 8,123가구로 감소했다.
이는 자유당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매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물량의 절반 수준이며, CMHC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필요하다고 제시했던 연간 공급량보다도 약 20만 가구 부족한 규모다.
연방정부는 지난 3월 기준 국가주택전략(National Housing Strategy)에 8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도대체 새 집은 어디에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주택 공급은 연방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용도 변경과 인허가 절차, 개발부담금, 기반시설 투자, 건설업체의 사업성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캐나다의 주택 구매 부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이민 규모가 다시 확대될 경우 주택 부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도시 벗어나면 내 집 마련 부담 크게 줄어
이 같은 상황에서 직장을 옮길 수 있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중산층 이상 가구라면 대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내 집 마련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캐나다 주요 대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다음과 같다.
밴쿠버 182만 달러
토론토 114만 달러
몬트리올 70만 달러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은 가격 부담이 크게 낮다.
몽크턴 38만3,000달러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38만3,000달러
퀘벡시티 47만5,000달러
핼리팩스 59만9,000달러
공항에서 조금 더 떨어진 소도시까지 범위를 넓히면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노바스코샤주 케이프브레턴은 약 28만 달러, 마혼베이는 49만6,000달러, 뉴브런즈윅주 세인트앤드루스는 46만 달러,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로슬랜드는 약 52만5,000달러 수준이다.
"친구·가족 떠나기 어렵다"는 현실
대도시를 떠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친구, 사회적 관계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생활권을 벗어나는 것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하지만 주택 가격에서 수십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 그 비용으로 가족과 친구를 자주 방문하고 여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토론토에서 평균 가격의 주택을 20% 계약금으로 구입하고 금리 4%, 3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월 모기지 상환액은 약 5,421달러에 이른다.
반면 핼리팩스에서 평균 주택을 같은 조건으로 구입하면 월 상환액은 약 2,848달러로 거의 절반 수준이다.
매달 약 2,573달러의 현금흐름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는 원금 상환액이 포함돼 있어 순수한 절약액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자금 여유가 생긴다.
부부가 석 달에 한 번씩, 연간 네 차례 비행기를 타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더라도 현재 항공료 기준으로 연간 최대 2만7,000달러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모기지는 세금을 낸 뒤 남은 소득으로 갚아야 한다.
토론토에서 모기지 상환을 위해 연간 2만7,000달러를 추가로 마련하려면 세전 소득은 약 4만5,000~5만 달러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지역 차익(Geo-arbitrage)' 전략의 경제적 효과는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같은 돈으로 더 넓고 좋은 집 마련
주택 형태에서도 차이가 크다.
토론토에서는 110만 달러를 지불해도 대규모 수리가 필요한 노후 단독주택이나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작은 반단독주택 정도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핼리팩스 인근에서는 60만 달러, 뉴브런즈윅에서는 46만 달러 정도면 넓은 대지와 리모델링이 완료된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생활 수준 향상은 단순히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의 쾌적함에서도 나타난다.
계약금 부담도 크게 줄어
초기 자금 부담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선 사례에서 토론토 평균 주택의 계약금은 약 22만 8,000달러가 필요하지만, 핼리팩스에서는 약 11만 9,800달러면 충분하다.
약 10만 8,200달러의 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자금은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거나 주택 리모델링, 비상자금 마련, 기존 부채 상환, 창업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모기지 규모를 줄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낮을수록 재산세와 주택보험료, 유지·보수 비용, 공공요금도 함께 줄어든다.
취득세와 부동산 중개수수료, 거래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또한 대도시를 벗어나면 자동차 보험료와 보육비, 각종 생활 서비스 비용도 상당 부분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퀘벡주와 일부 대서양 연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세 부담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용 절감이 재정적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아
물론 모든 사람이 다른 주나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맞벌이 부부는 두 사람이 동시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고, 대도시일수록 임금 수준과 경력 개발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다.
또 자녀 양육이나 부모 돌봄을 위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소도시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가정의 부족 문제가 심각한 곳도 있어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소도시도 충분한 투자 가치
그럼에도 직장 이동이 가능하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 특히 대도시에서 상당한 주택 자산을 보유한 가구라면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략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는 평가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도시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인구 유입이 늘고 공급이 제한된 매력적인 소도시라면 높은 가격 상승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몇 년 전 노바스코샤주 마혼베이 인근의 저렴한 주택을 구입한 뒤 21개월 만에 75%의 수익을 거두고 매각했다. 같은 기간 토론토나 밴쿠버의 집값 상승률보다 2.5~3.5배 높은 수익률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순인구 유입 증가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상권 형성, 신규 대형 고용시설이나 공항 개발 등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충분하다면 소도시 부동산도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도구를 활용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도시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 부담에 지친 캐나다인들이 앞으로 이러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