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꾸준히 저축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캐나다인은 적지 않다. 하지만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도 정작 노후 준비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저축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금은 어떤 계좌를 활용하는지, 어떻게 투자하는지,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내는지에 따라 수십 년 뒤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작은 차이가 복리 효과를 통해 결국 큰 자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은 은퇴 준비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다섯 가지 실수와 이를 피하는 방법이다.

 

①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계좌를 선택한다

 

과거에는 은퇴 저축이라고 하면 RRSP와 TFSA 가운데 어느 계좌를 선택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첫 주택저축계좌(FHSA)가 RRSP나 TFSA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FHSA는 연간 최대 8,000달러, 평생 최대 4만 달러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RRSP처럼 납입액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자격 요건을 충족해 첫 주택 구입에 사용할 경우 인출금도 전액 비과세된다.

이처럼 세액공제와 비과세 인출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제도는 다른 계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로 자신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RRSP를 선택하는 것도 흔한 실수다.

소득이 낮은 사람은 세금 공제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RRSP보다 TFSA를 활용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② RRSP 세금환급금을 소비해 버린다

 

RRSP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 환급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급금을 받는 순간 이를 여행이나 외식 등 소비에 사용하면서 혜택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원래 RRSP는 납입 후 받은 세금 환급금을 다시 투자하는 구조로 활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환급금은 보너스가 아니라 추가 투자 재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환급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RRSP나 TFSA에 다시 납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직장 단체 RRSP에 가입한 경우에는 급여에서 세금 혜택이 미리 반영되는 만큼 별도의 환급금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또 개인이 직접 RRSP에 가입했다면 CRA에 T1213 양식을 제출해 급여 원천징수 세액을 줄이면 세금 혜택을 연중 분산해 받을 수도 있다.

 

③ 투자 비중이 은퇴 시점과 맞지 않는다

 

저축만큼 중요한 것이 투자 방식이다.

젊은 투자자 가운데 시장 변동성이 두려워 현금이나 GIC에만 자산을 넣어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장기 투자 기간을 활용하지 못하면 수십 년 동안 누릴 수 있는 복리 효과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반대로 은퇴를 5년 정도 앞둔 시점에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도 위험하다.

은퇴 직전에 시장이 급락하면 생활자금을 인출해야 하는 시점과 맞물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투자 자산 구성을 점진적으로 보수적으로 바꿔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오랜 기간 한 번 정한 투자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현재 상황에 맞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④ 회사가 주는 '공짜 돈'을 놓친다

 

직장에서 은퇴연금 납입액을 일정 비율 매칭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반드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직원이 납입하는 금액 1달러당 50센트를 추가로 지원한다면 투자 수익이 발생하기도 전에 50%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이보다 높은 확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가입 절차를 미루거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이러한 혜택을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부의 경우 배우자 RRSP(Spousal RRSP)를 활용해 소득이 낮은 배우자에게 은퇴소득을 분산시키는 절세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제공하는 연금 혜택을 정확히 확인하고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⑤ 수수료의 위력을 과소평가한다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뮤추얼펀드는 연간 1~3% 수준의 운용보수(MER)를 부과한다.

언뜻 보면 작은 비용처럼 보이지만 수십 년 동안 누적되면 최종 은퇴 자산에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연간 2%의 수수료를 내는 상품과 0.5% 수준의 저비용 상품 사이에는 복리 효과까지 감안하면 은퇴 시점 자산 규모에서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2027년부터는 새로운 총비용 공시 제도가 시행돼 지금까지 펀드 안에 포함돼 잘 보이지 않았던 각종 비용이 연간 투자명세서에 실제 달러 금액으로 표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투자자가 예상보다 높은 수수료 규모를 확인하고 놀라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명세서를 받기 전에 자신이 보유한 펀드의 MER을 확인하고, 동일한 투자 효과를 더 낮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교체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노후 준비는 '얼마나 모으느냐'보다 '어떻게 모으느냐'가 중요

 

은퇴 준비를 위해 반드시 소득을 더 늘리거나 저축액을 크게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저축하고 있는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장기적인 자산 규모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계좌를 선택하고, RRSP 환급금을 다시 투자하며, 투자 비중을 생애 주기에 맞게 조정하고, 직장의 연금 지원을 빠짐없이 활용하는 한편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노후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