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들이 끝까지 미루는 상속 계획…“준비 부족이 가장 큰 비용 부른다”
상속 계획(Estate Planning)은 누구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많이 미루는 재정 관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큰 비용을 초래하는 상속 문제는 잘못된 계획 때문이 아니라 아예 계획이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캐나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이전 시기를 맞고 있다. 캐나다공인회계사협회(CPA Canada)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베이비붐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약 1조 달러의 자산이 이전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CTV 뉴스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절반 정도만 유언장을 작성한 상태다. 막대한 자산이 아무런 지침 없이 상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캐나다인이 미루고 있는 대표적인 상속 계획 다섯 가지를 꼽으며, 준비를 늦출수록 그 대가는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① 유언장 작성…가장 많이 미루는 준비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늦게까지 미루는 것이 유언장 작성이다. 유언장 없이 사망하면 법적으로는 '무유언 사망(Intestate)'으로 처리되며, 각 주(州)의 상속법에 따라 정해진 공식대로 재산이 분배된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에서는 「상속법 개정법(Succession Law Reform Act)」에 따라 재산이 배분되며, 유산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주에서는 사실혼 배우자가 아무리 오랫동안 함께 살아도 자동으로 상속권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언장이 없으면 가족의 의사가 아니라 법률이 상속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② 수혜자 지정 변경…오래된 정보가 큰 문제
RRSP와 RRIF, TFSA 같은 등록계좌와 생명보험은 유언장과 별도로 계좌에 지정된 수혜자에게 직접 지급된다. 수혜자 정보가 최신 상태라면 문제가 없지만 오래된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수십 년 전에 이혼한 배우자가 생명보험 수혜자로 그대로 등록돼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혼이나 재혼, 자녀 출생 등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수혜자 지정 내용을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
TFSA의 경우에도 배우자를 단순한 수혜자(Beneficiary)가 아니라 '승계 계좌 보유자(Successor Holder)'로 지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승계 보유자는 계좌 자체를 그대로 이어받아 계속 비과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 수혜자는 사망 시점의 계좌 가치만 받게 되며 이후 발생한 투자수익에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퀘벡에서는 이러한 지정 방식이 다르며 일반적으로 유언장을 통해 수혜자를 지정해야 한다.
③ 예상 못 한 세금…상속세는 없어도 세금은 있다
많은 사람이 캐나다에는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유산 전체가 가족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상속세는 없지만 실제 세금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 사망하면 캐나다 국세청(CRA)은 보유 중인 자본자산을 모두 시가로 처분한 것으로 간주하는 '간주 처분(Deemed Disposition)' 규정을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남아 있는 RRSP나 RRIF도 배우자나 경제적으로 부양하던 자녀 또는 손주에게 이전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소득으로 간주돼 과세된다.
사전 계획이 없을 경우 국세청이 가장 큰 유산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④ 위임장 작성…사망보다 먼저 필요한 서류
유언장은 사망 이후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생존해 있지만 의사결정 능력을 잃게 될 경우에는 재산 및 금융 관리를 위한 재산 위임장(Power of Attorney for Property)과 의료·개인 돌봄을 위한 개인 위임장(Power of Attorney for Personal Care)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준비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샤트러스트(Scotiatrust)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산가의 41%는 재산관리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47%는 의료 및 개인 돌봄 위임장도 마련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유는 단순히 준비를 미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서류가 없으면 가족은 병원 치료나 재산 관리, 각종 비용 지급을 위해 법원에 별도의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며, 시간과 비용, 정신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⑤ 가족에게 계획 알리기…좋은 계획도 모르면 소용없다
CTV 뉴스가 소개한 같은 조사에서는 기혼자의 절반만 배우자나 가족과 임종 및 상속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잘 작성된 상속 계획이라도 가족이 그 내용을 모른다면 사실상 제대로 준비된 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언장을 어디에 보관했는지 집행인(Executor)에게 알려주고, 금융계좌와 보험, 디지털 자산 목록 등을 가족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모든 자산 규모를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가족들이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상속 계획은 남겨진 가족을 위한 준비
전문가들은 상속 계획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남겨질 가족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 복잡한 법적·재정적 문제까지 떠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준비라고 강조한다.
유언장 작성과 수혜자 점검, 세금 계획, 위임장 작성, 가족과의 대화 등 다섯 가지 준비는 대부분 복잡한 절차가 아니며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선택은 준비 자체를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