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택 구매 부담 4년 만에 최저…그래도 "1990년대 부동산 버블 수준"
캐나다의 주택 구매 부담이 최근 4년 사이 가장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의 부담 수준은 여전히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져 향후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캐나다로얄뱅크(RBC)가 7월 3일 발표한 '주택 구매 부담 지수(Housing Affordability Measures·HAM)'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캐나다의 주택 구매 여건은 지난 4년 가운데 가장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RBC는 구매 부담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으며, 부담 완화를 이끌었던 주요 요인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 구매 부담 4년 만에 최저…여전히 역사적 고점
RBC의 주택 구매 부담 지수는 주택 보유에 필요한 비용이 중위소득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한다.
올해 1분기 전국 지수는 53%로 직전 분기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3년 4분기보다 1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구매 부담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서 오르기 시작했던 2022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9년 4분기 구매 부담 지수는 42.7%로 장기 평균인 41.9%와 비슷했지만 현재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RBC는 현재 주택 구매 여건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 2분기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구매 부담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역사상 대표적인 부동산 버블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콘도 시장이 부담 완화 주도
구매 부담 완화는 대부분 콘도 시장에서 나타났다.
콘도 구매 부담 지수는 올해 1분기 35.2%까지 낮아지며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반면 단독주택의 구매 부담은 오히려 59.2%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RBC는 토론토처럼 콘도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 구매 부담 완화 효과가 크게 나타난 반면, 단독주택 중심의 지역에서는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부담 완화 흐름도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집값 안정·금리 동결로 추가 개선 어려워"
RBC는 구매 부담이 일부 완화됐지만 개선세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캐나다의 일반적인 주택 가격은 전 분기보다 1.9% 오른 79만 2,000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보다도 3.9% 상승했다.
로버트 호그 R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보유 비용 감소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 주요 도시에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캐나다 중앙은행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매 부담이 더 완화되려면 가계 소득 증가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하지만 최근 노동시장 둔화가 이러한 개선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토 콘도, 16년 만에 몬트리올보다 부담 낮아져
구매 부담 완화는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집값 조정이 집중된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BC)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가격 조정을 겪은 토론토는 상대적으로 구매 부담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RBC에 따르면 토론토의 콘도 구매 부담은 가계소득의 36.1% 수준으로, 몬트리올(36.3%)보다 낮아졌다.
토론토 콘도가 몬트리올보다 소득 대비 부담이 낮아진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 투자은행 UBS가 토론토를 세계 최대 부동산 버블 도시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지목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핼리팩스도 토론토 수준에 근접
핼리팩스의 콘도 구매 부담 지수도 33.4%를 기록해 토론토와의 격차가 3%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호그 이코노미스트는 핼리팩스의 주택 구매 부담이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집값이 비싼 토론토에 이처럼 근접한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부 중소도시의 집값이 충분한 조정을 거치지 않은 반면 토론토 등 주요 시장은 가격 조정을 겪으면서 지역 간 상대적인 가격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