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 앞두고 수입 주문 몰린다…해상운임 4년 만에 최고치
올해 크리스마스는 예년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고 있다. 연말 판매를 앞둔 유통업체들이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상품 확보에 나서면서 국제 해상운임이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과 이란 전쟁에 따른 물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운송비 상승이 결국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7월 말 추가 관세 우려에 조기 발주 급증
물류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들은 7월 말에 예상되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시행에 앞서 서둘러 선적을 예약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수십 개 국가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조기 발주가 세계 해상운송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해운 플랫폼 프레이토스(Freightos)의 리서치 책임자인 주다 레빈은 올해 성수기 수요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것이 운임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관세 시행 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전략을 택하고 있으며,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에 따른 연료비 상승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상승도 운임 인상 부채질
대형 화주들은 일반적으로 해운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연료비는 분기마다 운임에 반영된다.
지난 3개월 동안 높아진 연료비가 이번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운송비에 전가될 예정인 만큼 기업들은 비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선적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들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어서 수입업체들의 조기 주문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레빈은 이러한 조기 선적 증가의 일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초래한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80% 급등
플래츠 컨테이너 지수(Platts Container Index)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까지 30일 동안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은 약 80% 상승하며 코로나19 공급망 혼란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북미 노선 운임 상승폭은 더욱 가팔랐다.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북미 서부까지 운송하는 40피트 컨테이너 평균 운임은 최근 6주 동안 120% 급등해 6,200달러(미화)에 달했다.
캐나다 화물관리협회(Freight Management Association of Canada)의 존 코리 회장은 기업들이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운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시장 자극
운임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이 꼽힌다.
미국은 강제노동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국가들에 최소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1일 기한을 넘긴 캐나다·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CUSMA) 재협상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코리 회장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어떤 조치가 나올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캐나다를 포함한 59개국과 유럽연합(EU)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미국 공급망에 유입되도록 방치했다며 추가 관세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캐나다의 대미 수출품 대부분은 기존 CUSMA 규정을 충족하고 있어 추가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금이라도 빨리 선적하라"
코리 회장은 CUSMA의 7월 1일 갱신 시한 자체는 시장이 지나치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부분 기업인들도 이를 큰 문제로 보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기업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리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관업체 헤미스피어 프레이트(Hemisphere Freight)의 공동대표 리사 맥이완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선적 예약 경쟁을 부추기면서 운임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선적 예약을 마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류와 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구, TV, 타일 등 다양한 상품들이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주문되고 있다.
결국 부담은 소비자 몫
맥이완은 운송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일반 가정이라며, 높아진 물류비와 수입비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들이 계산대에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