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CUSMA) 연장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7월 1일 공식 발표했다. 이미 예견됐던 결정이지만, 앞으로 협정 개정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CUSMA는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협정은 아직 10년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6개월 전 탈퇴를 통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협정 탈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국도 협정 폐기는 부담"

 

텍사스주 라이스대학교 베이커연구소의 무역 전문가 사이먼 레스터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백악관이 협정을 완전히 폐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화당, 특히 농업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서 CUSMA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강한 만큼 행정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을 파기하기보다는 일부 조항을 손질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협정의 미비점과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협정은 유지…양자 협상 가능성도

 

그리어 대표는 관련 문제가 해결되거나 협정이 공식 종료될 때까지 CUSMA는 계속 효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날 워싱턴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향후 협상 방향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각각과 별도의 '프로토콜(protocol)' 또는 양자 합의를 체결해 CUSMA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캐나다 또는 멕시코와 각각 별도의 합의를 체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합의는 미국의 대캐나다·대멕시코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됐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가 실제로 이런 합의에 응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협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세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도 양자 협상 수용 의사

 

캐나다 측도 양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미국 무역장관은 그리어 대표와 멕시코 경제장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와 화상회의를 가진 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각각 별도의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 의지는 확인됐지만 핵심 쟁점에서 실제 타협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동차·낙농시장 놓고 입장차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의 미국산 부품 비중 확대와 캐나다 낙농시장 추가 개방을 주요 협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가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완화에 대해 미국이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책 목표를 고려하면 관세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캐나다의 요구를 알고 있으며 최종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수용 의사도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미국 요구 현실성에도 의문

 

레스터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 자신들은 큰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상대국에만 상당한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상 시한도 불투명

 

당초 주목받았던 7월 1일 시점을 넘기면서 CUSMA 개정 협상의 구체적인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일부에서는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동절 이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새로운 북미 무역협정이 선거에서 큰 정치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협상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레스터는 일반적인 정치인들은 무역협정을 정치적 성과로 여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관세 자체를 정치적 승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중간선거 전까지 협상만 계속될 뿐 별다른 결론은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선거 이후에는 모든 가능성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 합의는 언제든 가능

 

CUSMA 협정문에 따르면 세 나라는 2036년 협정 만료 전까지 매년 재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다.

반대로 언제든 합의에 도달해 협정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 역시 협상을 10년 동안 끌고 갈 의도는 없다며 가능하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