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재들 "캐나다로 돌아오고 싶다"… 정부가 그들이 돌아올 이유 만들어야
1990년대 초 에스토니아는 소련 붕괴 이후 자본도, 산업 기반도 부족한 상태에서 독립 국가의 길을 모색해야 했다. 뚜렷한 성장 동력도 없었지만, 에스토니아는 한 가지 전략적 선택을 했다. 기업가 집단을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회사를 창업하고 세계 시장으로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그 결과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는 현재 세계에서 인구 대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스카이프(Skype)를 비롯해 와이즈(Wise), 볼트(Bolt)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작은 나라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그 목표를 이뤄낸 셈이다.
독일의 힘, '미텔슈탄트'에서 나왔다
독일의 전후 경제 회복 역시 몇몇 대기업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독일이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부르는 수십만 개의 중소 제조기업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이들 기업은 현재 독일 경제 생산의 절반 이상과 전체 고용의 약 60%를 차지한다. 600개가 넘는 기업이 각 분야 세계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성장 모델이 아니라, 중간층 산업을 키우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였다. 캐나다는 아직 이런 규모의 선택을 한 적이 없다.
소수 대기업 중심 경제의 한계
대신 캐나다 경제는 소수의 대형 기업과 오래된 재벌 가문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자본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고, 정부 조달 역시 익숙한 기업들에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여지는 제한됐다.
그 결과 무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기업가 정신은 충분히 보상받지 못했고, 규모를 키우는 가장 빠른 길은 해외 모기업에 편입되는 일이 돼 버렸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재 유출(브레인 드레인)도 이런 정책 실패의 결과다. 캐나다는 뛰어난 엔지니어와 창업가를 길러내지만, 정작 이들이 머물 만한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으로 떠나는 엔지니어들
캐나다의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많은 캐나다 엔지니어들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이전에 미국으로 갔던 이유는 단순히 해외를 선호해서가 아니었다. 캐나다에 남아 있으면 결국 거대한 외국 기업의 부품처럼 일하며, 다른 나라의 지식재산(IP)과 미래를 위해 기여하게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급여와 업무 환경은 좋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것도, 캐나다의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캐나다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인재들은 적지 않다. 다만 이곳에서 새롭게 만들어 볼 만한 무언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필요
최고 인재들이 미국으로 떠나지 않게 하려면, 캐나다에서 창업하고 성장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 조달은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이뤄져야 하고, 계약 역시 캐나다 내 지식재산을 축적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정부 내부 문화도 초기 구매 계약을 단순한 재정 위험이 아니라 미래의 캐나다 성공 기업에 대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이제는 '금메달'을 목표로 해야
캐나다는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단순히 입상권이 아니라 금메달을 노려야 최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그동안 캐나다의 산업 정책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존중받는 공급업체가 되는 데 만족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세계적인 산업도, 그 산업을 떠받칠 인재도 만들기 어렵다.
방산 전략, 실행이 중요하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국방산업전략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Build-Partner-Buy(구축·협력·구매)' 프레임워크 자체는 옳지만, 실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초기 구매 계약과 신속한 조달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핵심 원칙이다. 정부가 유망한 캐나다 방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구매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느냐에 따라, 한 창업가는 오타와 인근 카나타에 남을 수도 있고 버지니아의 방산업체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브레인 드레인은 운명이 아니다
캐나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수십 년 만에 민간 자본이 방산 분야로 유입되고 있으며, 연방정부 역시 조달 체계를 현재의 속도에 맞게 재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레인 드레인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니다. 과거의 선택이 만든 결과일 뿐이다. 지금 캐나다에는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그 길은 캐나다 창업가들의 창의성과 역량을 진정으로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