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되는 캐나다 노동시장…‘지혜 경제’의 부상인가, 생계 부담의 결과인가
캐나다 노동시장의 평균 연령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험과 판단력이 중시되는 ‘지혜 경제(Wisdom Economy)’의 부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높아진 생활비 부담 때문에 고령 근로자들이 은퇴를 미루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 평균 연령이 40세를 넘는 기업의 비중은 2001년 26.2%에서 2022년 42.3%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기업별 55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9.3%에서 18.8%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2021년 기준 캐나다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가운데 55~64세 인구 비중은 21.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에서도 고령 근로자 비중 급증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고령 근로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2001년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55세 이상 비중은 9.8%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24.2%로 늘어났다.
이는 제조업 종사자 4명 중 1명 가까이가 55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구엘프대학교 경영학과의 니타 친저 교수는 기술 발전이 이러한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보다 육체 노동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노동집약적 업무도 감소했다”며 “기술이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고령 근로자들도 제조업 현장에서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인구 자체가 빠르게 고령화
이번 연구 결과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고령화 추세와도 맞물린다.
통계청의 기존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평균 연령은 2001년 37.5세에서 2021년 41.7세로 20년 동안 4세 이상 높아졌다.
특히 202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8세 미만 인구를 넘어섰다.
캐나다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로 평가된다.
은퇴 늦추는 생활비 부담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고령화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2026년 5월 발표된 웰스심플(Wealthsimple)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둔 부부의 35%가 자녀 양육비 부담 때문에 은퇴 저축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은퇴 준비를 어렵게 만들면서 많은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캐나다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민 규모를 줄여 왔고 출산율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캐나다의 합계출산율은 여성 1인당 1.25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 감소와 인구 감소도 영향
통계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49세 여성의 51.1%가 자녀가 없는 상태였다.
특히 40세 이상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고등교육 확대, 여성 경제활동 증가, 사회 규범 변화, 피임 보편화 등을 이유로 출산을 선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낮은 출산율을 독립적인 삶과 맞벌이 문화의 확산과 연결해 해석한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경력 개발과 개인의 독립성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 인구는 2026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4월 1일 기준 캐나다 인구는 4,141만 7,056명으로, 올해 1월보다 5만 5,025명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들, 경험 많은 직원 붙잡기 나서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속에서 기업들이 숙련 인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요크대학교 인적자원관리학과의 두이구 비리직 굴세렌 교수는 “노동력을 유지하는 한 방법은 사실상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적자본 이론(Human Capital Theory)을 언급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고령 근로자가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굴세렌 교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는 쉽게 대체할 수 없다”며 “특정 분야는 깊은 전문성과 수십 년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재를 새롭게 육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지식 경제’에서 ‘지혜 경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시장은 흔히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인터넷과 세계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 활용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지혜 경제’라는 개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지혜 경제’라는 용어에 대한 검색량은 2025년 중반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굴세렌 교수는 지혜 경제를 “인간 능력의 가장 높은 형태를 활용하는 경제”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순한 지식뿐 아니라 자기 통제력, 도덕적 성숙성, 균형 잡힌 판단력, 공동체적 시각까지 함께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능력이 경쟁력”
친저 교수 역시 지혜경제는 단순한 전문 지식이나 규정 준수를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특정 제품이나 시스템의 전문가인지보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고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혜란 결국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그것을 실제 결과로 연결하는 역량의 집합”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가 직면한 변화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친저 교수는 “지식과 지혜가 중요한 시대에는 지역적 한계가 크게 줄어든다”며 “최고의 인재가 애리조나에 있든, 방글라데시에 있든, 싱가포르에 있든 함께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굴세렌 교수도 “오늘날은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라며 “이제는 지식 자체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지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캐나다 노동시장에서 경험과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고령 인력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활비 부담과 은퇴 준비 부족이 노동시장 고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