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캐나다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 범위를 넘어섰지만, 경제학자들은 최근 물가 상승이 주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33% 넘게 급등한 영향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을 뿐, 캐나다 경제 전반은 여전히 둔화된 상태여서 캐나다중앙은행(BoC)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4월의 2.8%보다 높아진 수치로,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3% 상단을 넘어선 수준이다.

 

CIBC “물가 정점 지났을 가능성 커”

 

CIBC 캐피털마켓의 경제학자 앤드루 그랜섬은 이번 물가 상승을 이미 지나간 현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만큼 5월 물가가 이번 상승 국면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휘발유를 제외할 경우 5월 물가 상승률은 2.2% 수준에 머문다. 이는 4월의 2.0%보다는 높지만, 여행상품과 항공료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랜섬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완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이미 하락하고 있는 만큼 6월 물가 상승률은 다시 3.0%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앙은행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물가는 여름철 여행 수요 증가와 월드컵 관련 소비 확대의 영향으로 향후 몇 달간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중앙은행이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KPMG “소비자 지갑 얇아져 기업도 가격 전가 어려워”

 

KPMG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 자페리는 이번 물가 상승이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식품 가격 상승 역시 기존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특히 바나나와 토마토 가격이 주요 상승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토마토 가격은 멕시코의 가뭄과 운송비 증가의 영향으로 5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45.2% 급등했다.

하지만 자페리는 다른 물가 지표들을 보면 캐나다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대료 상승세 둔화, 주택가격 하락, 의류와 가전제품 가격 상승세 약화 등을 근거로 들며 경제 내 유휴 생산능력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쉽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계의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올해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소비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페리는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투자나 사업 확장 계획을 미루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가 둔화된 상태라면 중앙은행은 전체 물가상승률이 2.5~3% 수준에 머무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MG 역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내셔널은행 “경제 회복 조짐 있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캐나다 내셔널은행(National Bank of Canada)의 경제학자 마티외 아르세노와 알렉산드라 뒤샤름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가계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1.6%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직전 수개월 동안 워낙 낮았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보면 해당 지표의 연율 상승률은 1% 수준에 불과했다.

 

주택시장·고용시장 개선 조짐에도 경기 여력 남아

 

내셔널은행은 캐나다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이후 점진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이 다소 개선되고 있으며, 주택시장 역시 2026년 들어 처음으로 전국 주택 거래량이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 전반에는 여전히 상당한 유휴 생산능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2차 인플레이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 수준이 경기 부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현재 환경은 캐나다중앙은행이 인내심 있는 접근을 유지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 물가 상승이 에너지 가격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약한 만큼 중앙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하반기 물가 압력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