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캐나다 식품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16개월 연속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당분간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이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3%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과일과 채소 가격 상승이 식품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브로콜리·양상추·토마토 가격 급등

 

5월 소비자들은 식료품점에서 브로콜리와 토마토, 콜리플라워, 양상추 등을 구매하는 데 지난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신선 채소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상승했다.

특히 토마토 가격은 전년 대비 45.2% 폭등했다. 통계청은 멕시코의 악천후와 함께 미국의 관세 부과로 재배 면적이 줄어든 것이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식품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도 이번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구엘프대학교의 식품경제학자 마이클 폰 매소우는 토마토 가격 급등에 대해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겹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겨울철 수입 농산물 공급처가 제한적인 캐나다 식품 공급망의 문제점이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채소값, 2008년 이후 가장 큰 5월 상승폭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 채소 가격은 5월 한 달 동안 5.5%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5월 상승률이다. 채소 가격은 4월에 3.9% 하락했지만 한 달 만에 급반등했다.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베리류와 포도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신선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5.3% 높아졌다.

 

국제유가 상승·달러 약세도 부담

 

RBC의 분석가 아이린 내틀은 최근 보고서에서 휘발유 가격이 고점에서 다소 내려왔지만 디젤 가격이 여전히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디젤 가격은 지난해보다 22%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캐나다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수입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폰 매소우는 과일과 채소의 경우 운송비가 소매 가격의 약 10~1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신선 농산물은 이동 거리가 길고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운송비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중동 분쟁 여파로 운송비 상승

 

신선 농산물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꼽힌다.

현재 중동 분쟁 여파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약 20%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연료비와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농산물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폰 매소우는 “운송비 상승이 채소와 과일 전반의 가격 인상을 이끌고 있다”며 “생산지까지의 거리와 해당 지역의 작황 상황에 따라 품목별 가격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33.2%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극심했던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름 수확철 오면 일부 안정 기대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본격적인 재배 시즌이 시작되면서 일부 신선 농산물 가격이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토마토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폰 매소우는 토마토 수확이 본격화되는 7월 말이나 8월 초가 돼야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름철 특유의 수요 증가도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비큐와 샐러드 소비가 늘어나 토마토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폰 매소우는 “여름철에는 바비큐를 더 많이 하고 신선한 샐러드도 자주 먹게 된다”며 “토마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 압력도 함께 커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