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BoC)의 티프 맥클럼 총재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5월 물가 상승은 예상 범위 내”

 

맥클럼 총재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연설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가 중앙은행이 지난 4월 통화정책보고서(Monetary Policy Report)에서 제시한 전망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가격 상승이 집중된 분야 대부분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항공료와 여행상품 가격도 5월 들어 상승했지만, 이는 항공유 가격 인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상승해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변화 없어…광범위한 물가 상승 징후는 미미”

 

맥클럼 총재는 중앙은행이 최근 몇 주 전부터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압력을 정책 판단 과정에서 어느 정도 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다른 재화와 서비스 전반으로 번질 경우에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유가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중앙은행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물가 지표인 트림(trim)과 미디언(median) 모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가운데 3% 이상 상승하는 품목 비중도 역사적 평균 수준에 가까운 상태”라며 “이는 현재까지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긍정적 변수

 

맥클럼 총재는 최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휴전 합의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결정 역시 물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긴장 완화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을 줄이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중앙은행은 7월 중순에 발표할 새로운 경제전망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발표되는 모든 경제지표와 함께 최근 유가 변화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료품 물가는 여전히 우려 요인

 

다만 중앙은행은 식료품 물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4.3% 상승했다. 신선 과일과 채소 가격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식품 물가는 16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으며, 중앙은행 자체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2022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약 22% 상승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식품 물가 부담 커”

 

맥클럼 총재는 중앙은행 직원들이 최근 식료품 가격 급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운송비 상승이 원인인지,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 차질의 영향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식료품은 소비를 쉽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며 “특히 저소득층은 식품 가격 상승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까지 식품 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있었지만 최신 물가 보고서에서는 다시 소폭 상승했다”며 “높아진 식품 가격이 많은 캐나다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중앙은행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맥클럼 총재의 발언을 중앙은행이 당분간 에너지발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근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한 성급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