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에 물가 상승률 2023년 이후 최고치…“일시적 충격 가능성”
이란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캐나다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주유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항공료와 식료품 가격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주요 경제학자들은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당분간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도한 우려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은 22일 발표한 자료에서 5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4월의 2.8%보다 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휘발유 가격 33% 급등
통계청은 중동 분쟁이 지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은 영향으로 5월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3.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극심했던 2022년 6월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높은 휘발유 가격을 부담한 사례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BM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더그 포터는 고객 보고서에서 “6월 휘발유 가격은 약 10%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음 달 발표될 물가 지표의 상승폭을 일부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료 상승 본격 반영…여행 비용 부담 지속
전쟁의 영향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5월 항공 운송비는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이는 4월 소폭 하락세에서 반등한 것이다.
CIBC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그랜섬은 항공권 가격이 실제 구매 시점이 아닌 탑승 시점을 기준으로 물가 통계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몇 달 전 여름 휴가를 예약하면서 높은 유류할증료를 부담한 소비자들의 비용이 아직 물가 지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랜섬은 향후 몇 달 동안 항공 운송과 여행 상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남겠지만 가을 이후에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식료품 물가 상승 가속…토마토 가격 45% 폭등
식료품 가격 상승세도 더욱 가팔해졌다.
5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4.3% 상승해 전달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로써 식료품 물가는 16개월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통계청은 신선 과일과 채소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신선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5.5% 상승하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5월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급 부족과 연료비 상승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토마토 가격은 무려 45.2% 급등했다. 통계청은 멕시코의 악천후로 생산 여건이 악화된 데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멕시코 농가들이 재배 면적을 줄이면서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랜섬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비용 증가가 식품 가격에 전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료비 상승과 맞물려 올해 초 나타났던 식료품 물가 안정 흐름이 일부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터 역시 “5월 물가 상승률은 다소 부담스러운 결과”라며 “끈질기게 이어지는 식품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수개월 동안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수요로 컴퓨터 가격 상승…주거비는 안정세
한편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관련 용품 가격은 5월에 3.9% 상승했다.
통계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핵심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거비 상승 압력은 계속 완화되는 모습이다.
주거비 물가 상승률은 5월 1.7%로 낮아졌으며 승용차와 공구, 가정용 장비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중앙은행, 7월 15일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
이번 물가 보고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7월 1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에 확인하는 마지막 물가 지표다.
LSEG 데이터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7월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3%로 반영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 브래들리 손더스는 5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연료비와 식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근원물가 지표 역시 5월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손더스는 “유가 급등 국면의 정점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캐나다 중앙은행은 2차 물가 상승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섬 역시 여름 동안 항공 운송과 여행 상품 부문의 영향으로 근원물가가 다소 상승할 수는 있지만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동 분쟁 이전부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근원물가가 소폭 오르더라도 중앙은행은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회의는 물론 2026년 남은 기간 동안에도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