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해외 이주 74년 만에 최고…“떠나는 속도 더 빨라지고 있다”
캐나다를 떠나는 국민들의 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이 정체되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 통계청(StatCan)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해외로 이주하는 ‘이민 유출(emigration)’ 규모는 2026년 1분기에도 증가했다. 현재 캐나다인의 해외 이주 속도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4년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에 도달했다.
캐나다인 해외 이주, 또다시 최고치 경신
통계청은 2026년 1분기 해외로 이주한 캐나다인 수를 3만 92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276명)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연간 기준으로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74년 통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최근 연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영주권자(NPR) 감축 정책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두 현상은 성격이 다르다.
비영주권자의 경우 2026년 1분기 중 19만 9,260명이 캐나다를 떠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5%(2만 8,230명) 증가한 것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다만 비영주권자의 출국 증가는 정부가 유입 규모를 제한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현상이었다. 임시 체류 비자의 특성상 일정 규모의 이탈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1년간 12만 명 넘는 캐나다인 해외 이주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해외로 이주한 캐나다인은 총 12만 9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1,630명) 증가한 수치다. 단순한 분기별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 12개월 누적 기준 해외 이주 규모는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통계상 현재 캐나다인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국가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민 유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단순한 인구 이동 이상의 문제를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정책 결정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유입으로 상쇄 가능” 인식에 의문
정책 당국은 그동안 해외 이주 통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평가해 왔다.
한 명의 캐나다인이 떠나더라도 더 많은 신규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인적 자본과 세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육성할 수 있고, 재정적 자원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그러나 현재 해외로 떠나는 이들은 최근 입국한 신규 이민자들이 아니다.
문화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해외 학력 인정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도 아니다. 교육기관의 과장된 홍보에 이끌려 입국했다가 실망한 사례와도 거리가 멀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성장하고 정착한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떠난다
더 우려되는 점은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구성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젊고 전문성이 높으며 수요가 많은 기술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 현재 캐나다를 떠나는 이들 상당수가 바로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성공을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느끼는 캐나다인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신규 이민자들이 장기적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새로 유입되는 인재들이 같은 이유로 캐나다를 떠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캐나다는 여전히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인재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캐나다가 내세우는 성장과 기회의 매력 역시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