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Rentals.ca가 발표한 최신 임대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평균 신규 임대료는 올해 5월 기준 전년 대비 4.7% 하락했다. 이로써 전국 평균 임대료는 20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Rentals.ca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4월 평균 임대료가 1662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22.1% 상승했지만, 2024년 5월 기록한 최고치 2202달러와 비교하면 현재는 7.8%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도 ‘2026년 중반기 임대시장 업데이트(Mid-Year Rental Market Update)’를 발표하며 임대시장 전반의 흐름과 새롭게 나타나는 세부 변화를 분석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공급 증가·수요 둔화…임대료 하락 압력 커져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 임대시장이 바로 그런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고 CMHC는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와 밴쿠버, 캘거리, 오타와 등 주요 도시에서 신규 임대 매물의 요구 임대료(asking rent)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공급 증가로 집주인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CMHC는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뿐 아니라 각종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6개월 동안 이러한 경쟁은 더욱 심화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몇 달치 임대료를 면제해 주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할인 주차권 제공, 현금 보너스 지급, 상품권 제공 등의 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신축 임대주택 공실률 급등

 

모든 임대 건물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CMHC는 최근 들어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 사이에 뚜렷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준공된 건물과 대학·전문대학 인근 임대주택의 공실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오래된 안정화 건물(stabilized buildings)과 가족 단위가 선호하는 대형 주택은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CMHC는 이를 신축 고가 임대주택 공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임대사업자들은 신축 주택의 경우 세입자를 구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실률 3%가 균형시장 기준” 공식 흔들려

 

전통적으로 임대시장의 균형 여부는 공실률 3%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일반적으로 공실률이 3% 아래로 내려가면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반대로 3%를 넘어서면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CMHC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러한 기준이 모든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분석 결과 밴쿠버는 여전히 공실률 3% 기준이 비교적 유효하지만, 다른 주요 도시들은 4% 수준이 보다 적절한 균형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앨버타주의 경우 공실률이 5%를 넘어야 시장이 균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격차 확대

 

건물 연식에 따른 격차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사이에서도 주거 부담 차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임대 계약의 경우 임대료 대비 소득 비율이 개선되면서 부담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반면 기존 세입자들은 오히려 주거비 부담이 악화되고 있다.

CMHC는 “2026년 1분기 기준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기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1년 전보다 악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에드먼턴과 토론토는 예외였다.

공급 증가에 따른 임대료 상승 둔화와 강한 임금 상승이 맞물리면서 두 도시에서는 기존 세입자의 부담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캘거리와 핼리팩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주거비 부담 악화가 가장 두드러진 도시로 꼽혔다.

현재 이들 도시의 임대료 부담 수준은 토론토와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임대인 경쟁 심화에 세입자 이동 증가

 

임대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종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세입자들의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CMHC는 신규 고급 임대주택 공급이 소득 수준이 높은 세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주택들이 시장에 다시 공급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세입자 이동률은 가장 임대료가 높은 상위 구간에서 가장 높았고, 저렴한 임대주택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토론토와 밴쿠버에서는 대부분의 임대료 구간에서 공실률과 세입자 이동률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 둔화에도 임차인 수는 계속 증가 전망

 

이민은 캐나다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연방정부의 이민 정책 변화로 이민 규모에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CMHC는 임차인 인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거비 부담 완화와 청년층의 독립 수요 확대, 경제적 여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CMHC는 “2026년에도 새로운 가구 형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임대주택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가 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택 구입보다 임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임대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특히 토론토와 밴쿠버의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독립을 미뤄왔던 가구들이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대시장 주도권, 세입자 쪽으로 이동

 

CMHC의 이번 중간 보고서는 캐나다 임대시장이 지난 수년간의 극심한 공급 부족 국면에서 벗어나 점차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 증가와 임대료 하락, 공실률 상승, 세입자 이동 확대 등은 모두 시장 주도권이 집주인에서 세입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신축 고가 임대주택과 기존 임대주택, 신규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과 계층에 따른 시장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중요한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