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고급 주택시장 성장률 1위는 토론토·밴쿠버 아닌 에드먼턴
캐나다 고급 주택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도시는 토론토도, 밴쿠버도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에드먼턴이 올해 들어 전국 최고 수준의 럭셔리 주택 거래 증가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에드먼턴에서 고급 주택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데니스 롤리는 부동산 중개인 이전에 모기지 브로커와 감정평가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금도 시장을 분석할 때 구매자들의 대출 여력과 금융 부담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롤리에 따르면 그의 고객 가운데 약 90%는 모기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고 있으며, 거래되는 주택 가격은 평균 120만 달러 수준이다. 오랫동안 에드먼턴은 캘거리보다 조용하고 저렴한 도시로 여겨져 왔다.
그는 “에드먼턴은 늘 캘거리의 뒤를 따라가는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먼턴 고급주택 거래 47.7% 급증
롤리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RE/MAX 캐나다가 18일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고급 주택시장 거래는 전통적인 핵심 시장인 토론토와 밴쿠버가 주춤한 반면,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드먼턴의 고급 주택 거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 증가해 RE/MAX가 조사한 전국 12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새스커툰은 27%, 캘거리는 13.5% 증가했다.
반면 토론토와 밴쿠버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급 주택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거래량은 크게 감소했다.
RE/MAX에 따르면 400만 달러 이상 주택을 기준으로 한 토론토의 고급 주택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7% 감소했고, 밴쿠버는 약 20% 줄었다.
보고서는 초고가 시장일수록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유층 구매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토론토와 밴쿠버는 프레리 지역과 달리 토지 이전세(Land Transfer Tax), 빈집세(Vacancy Tax), 밴쿠버의 투기세(Speculation Tax) 등 추가적인 세금 부담까지 안고 있다.
RE/MAX 캐나다의 돈 코틱 사장은 “고급 주택시장은 더 이상 캐나다 최대 도시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이는 시장의 후퇴가 아니라 균형 재조정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유층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차고와 넓은 마당을 갖춘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원동력은 인구 이동과 상대적 가격 경쟁력
에드먼턴의 고급 주택 기준은 약 100만 달러 수준으로, 400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고급 주택으로 분류되는 밴쿠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에드먼턴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에드먼턴의 일반 주택 중위가격은 약 49만 2000달러, 단독주택 평균가격은 약 60만 5000달러였다. 따라서 120만 달러 주택은 평균 시장 가격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시장 성장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인구 유입이다.
앨버타주는 최근 수년간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순주간 이동 인구를 기록했다. 토론토에서 반독립형 주택을 매각한 사람이 에드먼턴으로 이주할 경우 훨씬 넓은 주택과 마당, 겨울철 필수 시설인 난방 차고까지 구입할 수 있다.
세금 측면의 이점도 크다. 앨버타주에는 토지 이전세가 없고 주 판매세(PST)도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토론토에서는 입주하기도 전에 각종 거래 비용으로 수만 달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 중개인들은 시장 성장의 배경이 단순한 외부 인구 유입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조용한 부의 성장”…지역 수요도 견인
RE/MAX 리버시티의 제이슨 홀랜드는 14년 동안 고급 주택을 중개해 온 베테랑이다.
그는 “100만 달러 이상 주택 구매자의 80~90%는 지역 주민들”이라며 “앨버타주 외부에서 유입된 구매자는 10~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큰 주택으로 갈아타거나 토지를 매입해 직접 주택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홀랜드는 이를 ‘조용한 부(Quiet Wealth)’라고 표현했다.
에드먼턴은 화려하지 않은 도시 이미지 때문에 부유층 규모가 과소평가돼 왔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자산가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주 기준으로 에드먼턴 시내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매물로 나온 주택만 304채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금 구매인가, 대출 구매인가
다만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는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고급 주택시장은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 역시 고급 주택시장의 강한 회복력이 현금 구매자와 풍부한 자산에 기반한다고 분석해 왔다.
현금 구매자는 연방정부의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롤리는 에드먼턴 시장이 다르다고 본다.
그는 자신의 고객 10명 중 9명이 모기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기존 주택의 자산가치를 활용해 상향 이동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지 시장과 감정평가 업무를 경험한 그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은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홀랜드는 대부분의 고객이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축적된 자산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기반이 훨씬 견고하다는 것이다.
같은 도시, 같은 가격대 시장에서 활동하는 두 베테랑의 시각은 정반대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롤리는 100만 달러 안팎의 진입 단계 시장을 주로 상대하고, 홀랜드는 그보다 높은 초고가 시장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향후 변수는 압류 증가 여부
현재까지 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롤리는 이미 다음 국면을 대비하고 있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주택 압류 건수다.
압류가 증가할 경우 에드먼턴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다시 캘거리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출 비중이 높은 시장일수록 향후 모기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드먼턴은 마침내 수십 년 동안 바라왔던 ‘캐나다 최고의 고급 주택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결국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을 수 있다. 현금으로 집을 사는 구매자들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오랜 기간 모기지를 갚아야 하는 구매자들인지가 향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