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앙은행 “저고용·저해고 노동시장 진입”… 금리 결정 더 어려워졌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최근 캐나다 노동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른바 ‘저고용·저해고(low-hire, low-fire)’ 환경이 통화정책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장기간 이어지는 부진한 고용시장이 노동자들의 미래 고용 전망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금리 정책 결정에도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콜라 빈센트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는 27일 몬트리올의 한 싱크탱크 행사 연설에서 노동시장 변화가 단기적인 경기순환 요인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구조 변화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통화정책 결정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실업률 상승은 경제 내 유휴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 증가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단순한 금리 인하가 적절한 해법이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빈센트 부총재는 “통화정책은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무역 갈등이나 고령화 같은 요인으로 인한 공급 감소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구조적 문제인데도 수요만 자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필요한 경제 재편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찾기 30년 만에 최악 수준”
그는 2022년 이후 캐나다 노동시장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실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실업률은 2022년 말 5% 수준에서 지난해 가을 7.1%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고율은 비교적 낮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기보다는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빈센트 부총재는 “현재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지난 3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사람들이 직장을 옮기는 빈도도 줄어들면서 노동시장 전반에 관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 활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환경과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 등을 지목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영향… 기업들 “숙련 인력 놓칠 수 없다”
캐나다의 고령화 역시 노동시장 변화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빈센트 부총재는 중앙은행 조사에서 많은 기업들이 숙련된 인력을 대체하기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며, 은퇴 물결에 대비해 경험 많은 직원들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분석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5~64세 연령층의 고용률은 2022년 말 이후 약 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15~24세 청년층 고용률은 같은 기간 5.5%포인트 하락했다.
빈센트 부총재는 단순히 취업이 어려운 수준을 넘어 구직 기간 자체가 크게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비율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앙은행은 이 같은 장기 실업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 격차(skills gap)를 꼽았다.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과 경험, 그리고 구직자들이 가진 역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 급등… AI 영향 가능성도
중앙은행은 특히 청년 실업률 상승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022년 말 약 9% 수준에서 최근 14%를 넘어섰다. 현재 캐나다 장기 실업자의 4분의 1은 청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빈센트 부총재는 2022~2024년 사이 급증한 이민자와 국제학생, 임시 외국인 노동자 확대 정책이 저숙련·초급 일자리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청년층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인공지능(AI) 역시 청년층 취업난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 자체 연구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취업률 하락폭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노동시장 변화가 경기순환적인지 구조적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세밀한 데이터와 새로운 경제모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결정 갈수록 복잡
캐나다 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달리 최대 고용 달성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공식 목표는 물가 상승률 2% 유지다.
현재 기준금리는 네 차례 연속 2.25%로 동결된 상태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무역 불확실성은 경기 둔화와 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티프 맥클렘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금리 결정 당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돼 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북미 자유무역협상이 악화돼 미국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발표는 오는 6월 10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