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가 지난 금요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금융시장과 경제계의 관심은 한 가지 질문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그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입장에 비교적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앙은행 독립성 전통에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전 의장에게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 왔다.

워시 의장 역시 인공지능(AI)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가 연준을 맡게 된 시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전달의 3.3%보다 높아졌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은 금리 인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시는 비둘기파지만 당장 금리 인하 쉽지 않아”

 

CIBC 캐피털마켓의 에이버리 셴펠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이 기본적으로 금리 인하 성향을 갖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물가 환경에서는 즉각적인 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워시는 금리 인하 쪽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전쟁 여파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곧바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연준 내부에서도 당장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3.5~3.75% 수준이다.

 

캐나다는 이미 미국보다 더 많이 금리 내렸다

 

전문가들은 설령 워시 체제의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다 해도 캐나다 중앙은행이 같은 속도로 따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캐나다 기준금리는 2.25%로 이미 미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셴펠드는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 캐나다는 미국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 해도 결국은 현재 벌어진 양국 간 금리 격차를 일부 줄이는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 땐 캐나다 달러 강세 가능성

 

토론토대 경제학과 교수 안젤로 멜리노는 미국 금리가 하락할 경우 캐나다 달러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캐나다 수출품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멜리노 교수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미국 통화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강세를 보이는 캐나다 달러가 일정 부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현재 체제 안에서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캐나다 입장에서도 수입 물가 하락과 수출 둔화라는 영향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앙은행이 일정 부분 금리 인하를 따라갈 유인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달러 우려에 금·부동산·가상화폐 선호

 

미국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기자들에게 “강달러도 좋지만 약달러일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 미국 재정적자 확대, 통화 완화 정책 등이 겹치며 달러 가치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JPMorgan Chase & Co. 분석가들이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라고 부른 투자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화폐 가치 희석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금, 부동산, 가상화폐 같은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캐나다 수출엔 환율보다 관세가 더 큰 변수

 

다만 전문가들은 캐나다 경제에 더 중요한 변수는 환율보다 미국의 무역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셴펠드는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 대비 몇 센트 정도 상승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캐나다 수출 산업은 환율 변화보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향후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 재협상 결과에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미국 시장에서 자유무역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산업들조차 향후 그 지위를 잃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캐나다가 원하는 물가 수준 선택 가능”

 

멜리노 교수는 미국의 약달러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캐나다 수출입 가격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질 가격은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내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적으로 캐나다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캐나다는 결국 스스로 원하는 수준의 물가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달러 약세 자체를 캐나다 에너지·제조업계가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의미한다”며 “투자자들은 재정과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에 장기 투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