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이 현재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내 취약 요인들도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롤린 로저스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부총재는 28일 연례 금융안정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를 발표한 뒤 “캐나다 금융시스템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부문에서는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보고서를 직접 발표하는 티프 맥클렘 총재는 긴급한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 1회 발간되는 금융안정보고서는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경제 회복력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 요인과 취약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다.

 

미 관세전쟁·지정학 불안 지속

 

캐나다 경제는 지난 1년 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관세 조치는 고용시장과 핵심 산업 생산에 충격을 주며 경제 성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피트 후크스트라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캐나다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캐나다의 온라인 스트리밍법(Online Streaming Act)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간 긴장감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주식 고평가·기업부채 증가 위험”

 

중앙은행은 현재 금융시장 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높은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과 기업부채 증가, 그리고 헤지펀드들의 국채 매입을 위한 차입 확대 등을 지목했다.

로저스 부총재는 개별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경제와 지정학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여러 취약성이 동시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충격이나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위축되고, 유동성 확보 수요의 급증이나 자산 급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 재검토와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충격 등이 향후 캐나다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우려했던 만큼 상황 악화되진 않아”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맥클렘 총재는 장기적인 미·캐나다 무역전쟁이 가계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로저스 부총재는 현재까지는 당시 우려했던 수준만큼 광범위한 충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토니 그라벨 중앙은행 부총재 역시 캐나다 가계의 부채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연체율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던 고금리 모기지 갱신 부담 역시 2027년 하반기에는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 체감 스트레스는 여전히 커”

 

로저스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제 경제지표는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경제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들이 지난 수년간 상당한 경제·금융 스트레스를 겪어 왔고, 최근 뉴스 흐름 역시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 상환에 큰 문제가 없는 가계조차도 여전히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캐나다 금융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은행들은 최근 수익성과 자본 완충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은 이를 캐나다 금융권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