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둔화에 캐나다 중앙은행 금리 동결 여지 확대…경제학자들 “추가 인상 압력 약화”
중동발 유가 급등에도 핵심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되면서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한층 약화됐다고 평가한다.
5월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8%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3.1%를 밑도는 수준이며, 중앙은행이 지난 4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제시했던 3% 전망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는 6월 10일 예정된 금리 결정에서 중앙은행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 물가 압력 제한…“인플레이션 확산 신호 미미” (Capital Economics)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북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물가 지표의 하회 요인이 식품 가격 둔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식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캐나다에서는 4월 식품 인플레이션이 3.5%로 3월의 4%에서 둔화됐다.
브라운은 특히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비용 전가 효과가 핵심 물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4월 1.5%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또한 중앙은행이 선호하는 CPI-중앙값과 CPI-절사 평균 역시 연 2.1% 수준으로 5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통화 긴축 압력을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둔화와 소비 수요 약화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 반영되고 있는 추가 금리 인상 기대 역시 점차 약화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과장” (Rosenberg Research)
로젠버그 리서치의 로버트 엠브리 부사장은 에너지를 제외하면 4월 물가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사실상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심 물가 구성 요소 전반에서 둔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보다는 향후 인하 가능성을 검토할 여지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여전히 2026년 말까지 약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경제 지표와는 괴리가 있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또한 캐나다 고용시장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까운 만큼 금융 여건이 과도하게 긴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물가 역시 전월 대비 0.3% 하락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7% 상승에 그쳤다. 임금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서비스 물가가 추가로 급등하기 어렵고, 높은 실업률을 고려할 때 에너지 충격이 다른 물가로 전이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캐나다 경제에 여유 존재” (CIBC)
캐나다 임페리얼은행(CIBC)의 앤드루 그랜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물가 흐름이 중앙은행의 ‘관망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급등 초기에도 근원 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은 캐나다 경제 내에 여전히 유휴 생산능력, 즉 경기 여유(slack)가 존재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물가 항목들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름철로 갈수록 항공료 상승과 운송비 인상 등이 반영되면서 근원 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현재의 경기 여건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25%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유지했다.
에너지 충격의 전이 속도 핵심 변수 (KPMG Canada)
KPMG 캐나다의 알리 자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최대 고민은 유가 충격이 핵심 물가로 얼마나, 그리고 언제 전이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모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가 공급 충격이 근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며, 실제 반영까지는 약 1년 정도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경제는 이미 고용 둔화, 낮은 성장률, 그리고 캐나다·미국 간 통상 불확실성 등 여러 부담 요인을 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으며, 중동 분쟁이 단기간 내 완화될 경우 중앙은행은 올해 금리를 동결 기조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