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금리 상승 우려가 맞물리며 세계 증시는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18일 오전 기준 0.3% 하락했다. 장 초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포인트 하락하며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0.7% 내렸다. 다만 나스닥과 S&P 500은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부근은 유지하고 있다.

 

채권시장 긴장 고조… 금리 상승 압박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채권시장이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와 증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데, 미국 주택 구매자들은 이미 높은 모기지 금리 부담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를 위해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이 시장 불안 촉발

 

채권 금리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국제유가 급등이 꼽힌다.

이란 전쟁 여파로 페르시아만 지역에 유조선들이 발이 묶이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이는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배럴당 11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을 향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에 나타난 움직임이다.

이후 양측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는 일부 진정됐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1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7% 상승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만 이는 전쟁 이전 약 7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이다.

 

유가 진정에 일부 증시 반등

 

유가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진정되면서 일부 국가 증시는 낙폭을 줄이거나 반등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장중 1.2% 하락했다가 0.3%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면 이미 거래를 마친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1.1% 내렸다.

 

개별 종목은 M&A·자사주 매입 호재

 

뉴욕증시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개별 이슈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9.7% 급등했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규제형 전력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반면 넥스트에라 주가는 5.3% 하락했다.

보스턴 사이언티픽은 기존 5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가운데 20억 달러를 6월 말까지 집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3.6%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환원하고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델타항공도 유가 안정 기대와 함께 워런 버핏이 이끌었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26억 달러 이상 규모의 델타항공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는 소식에 1.3% 올랐다.

반면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는 흑색종 치료제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발표 이후 10.2% 급락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시장 촉각

 

이번 주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다.

엔비디아는 오는 수요일 최신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매 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왔으며, 향후 성장 전망 역시 월가 기대치를 넘어서는 수준을 제시해 왔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주식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엔비디아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 월마트(Walmart) 등 주요 소비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고유가가 금리 인상 압력 키워”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금요일 4.59%보다 상승한 수준이다.

장중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는 4.63%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1990년대 후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계획을 철회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 둔화와 증시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과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확대 우려 역시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