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이 2024년 6월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 캐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른바 ‘모기지 갱신 쇼크(renewal shock)’와 ‘갱신 절벽(renewal cliff)’이라는 표현이 끊임없이 회자됐다.

이 용어들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2023년 10월이다. 당시 RBC캐피털마켓의 다코 미헬릭 애널리스트는 2026년까지 전체 은행권 모기지의 약 60%가 갱신 시점을 맞게 되며, 일부 차주의 월 상환액은 최대 48%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연체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금리 하락과 소득 증가, 정부의 모기지 규제 완화, 누적된 주택 자산 가치, 금융기관의 유예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2년 겨울 고점 이후 급락했던 캐나다 부동산 가격도 일정 부분 안정세를 되찾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제 또 다른 위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2~2023년의 부동산 충격이 단순한 전조에 불과했고, 더 큰 충격이 현재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우려다.

 

“부동산 시장, 겉보기보다 불안 요소 많다”

 

최근 캐나다부동산협회(CRE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주택 가격은 통상적인 4월 상승폭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다만 CREA의 핵심 가격지표인 MLS 주택가격지수(HPI)는 4월 한 달 동안 0.1% 하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택 구매 여력 개선과 누적 대기 수요를 근거로 회복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주요 기초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임시 거주자 축소에 따른 인구 증가 둔화 ▲콘도 시장 침체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과도한 가계부채와 생활비 부담 ▲정체 조짐을 보이는 정규직 고용 ▲급증하는 신규 주택 완공 물량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그러나 결국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금리다.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주택 수요는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인플레이션이다.

 

호르무즈 해협 변수… 다시 살아나는 인플레이션 우려

 

최근 두 달 동안 주요 물가 지표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배경에는 이란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란 사태가 완화되면서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캐나다 물가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AI 관련 투자 증가, 미국 국채시장 불안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캐나다 금리 역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 오르면 주택 구매력 즉시 감소

 

만약 캐나다 중앙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모기지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일반 소비자의 주택 구매력은 약 8.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곧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대가 크게 낮아진다는 의미다.

갱신 시점의 높은 금리는 연체율 증가와 매물 확대, 주택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 캐나다 주택 소유자의 36%는 이미 모기지 상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향후 12개월 안에 모기지 갱신 시점을 맞게 된다.

캐나다 금융감독청(OSFI)의 피터 러틀리지 청장 역시 올해 최대 3만~15만 가구가 모기지 갱신 과정에서 취약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은행권 모기지 연체 건수는 1만 3,749건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시장 충격이 확대될 경우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6년 집값 급등 장담 어려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을 통한 주택 매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시장에서 나타나는 회복 조짐이 실제 반등이 아니라 일시적 착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캐나다 주택시장을 지지하는 요인들도 존재한다.

우선 캐나다의 낮은 출산율을 감안하면 연방정부가 결국 다시 이민 확대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신규 이민자들은 주로 대도시에 정착하는 경향이 있어 주요 도시의 주택 수요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위축된 자가주택 건설 역시 몇 년 뒤 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장기간 현재 주택에 머무르려는 경향도 공급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높은 건축비와 엄격한 토지 규제도 장기적으로 집값 하방을 제한하는 요소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경우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장에서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다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하거나 근원 물가가 3%를 크게 웃돌 경우, 중앙은행이 결국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