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등과 경기 불안이 이어지면서 더 많은 캐나다인들이 파산 및 채무조정 절차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연방 파산감독청(OSB)이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소비자 파산 및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총 3만 7,1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미 금융위기 충격이 이어졌던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신청 건수는 8.5% 증가했다.

다만 현재 캐나다 인구가 2009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당시보다 실제 파산 비율 자체는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증가세 자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산 전문 트러스티 더그 호이스는 최근 식료품과 휘발유 등 생활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인해 상담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생활비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보다 훨씬 빠르다”며 “그 차이를 메우는 방법은 결국 빚에 의존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활비·고용 불안 겹치며 부채 부담 확대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자 지급불능 증가가 고용시장 부진과 생활비 급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의 경제 상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이스는 대부분의 가계는 한두 달 정도의 어려움은 견딜 수 있지만, 무역 갈등과 실제 전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장기간 비용 부담을 키우면 결국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한계점(breaking point)에 도달하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C·온타리오서 급증… 파산 증가 속도 더 빨라

 

지역별로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BC주의 지급불능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15.3%)와 온타리오주(14.7%)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캐나다 전체 지급불능 신청 가운데 약 20%는 파산(bankruptcy)이었고, 나머지 80%는 소비자 채무조정안(consumer proposal)이 차지했다.

채무조정안은 일정 기간 동안 분할 상환 계획을 통해 부채를 갚으면서 자동차나 주택 등 자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파산은 채무자가 즉시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정리하는 절차다.

앨버타대학교 법학 교수 애나 룬드는 특히 온타리오와 앨버타 일부 지역에서 파산 증가 속도가 채무조정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는 사람들이 3~5년에 걸친 장기 상환 계획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심각한 재정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 서비스도 부담 요인

 

전문가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바이 나우 페이 레이터(Buy Now, Pay Later)’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생활용품 등을 할부 형태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반복적으로 이용할 경우 빠져나오기 어려운 부채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지급불능 신청 건수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호이스는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무엇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와 비상자금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한 한 지출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고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며 “비상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