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65세는 은퇴의 상징적 기준이었다. 일을 하고, 돈을 모은 뒤, 65세가 되면 직장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흐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공식이 캐나다 전역에서 조용히 바뀌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캐나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캐나다인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일부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일부는 스스로 원해서 노동시장에 남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늦어진 은퇴’는 이제 뚜렷한 사회적 흐름이 됐다.

전문가들은 은퇴를 몇 년 늦추는 것만으로도 노후 재정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대로 계획만 세운다면 추가 근로 기간은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재정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5세 이상 노동 참여율 역대 최고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5.2%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력 조사가 시작된 19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5년 연속 상승세다. 실제로 약 120만 명의 시니어가 현재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은퇴 연령 역시 계속 늦춰지고 있다. 2025년 평균 은퇴 연령은 65.4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의 60.9세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 은퇴 연령은 68.4세에 달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높아진 생활비와 기대수명의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일을 계속 즐기며 아직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몇 년 더 일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적 이점은 상당하다고 설명한다.

 

CPP·OAS 수령 늦추면 연금 크게 늘어난다

 

가장 큰 재정적 효과는 CPP(캐나다연금플랜)와 OAS(노령보장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데서 나온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CPP는 65세 이후 수령을 미룰 경우 매달 0.7%씩 연금액이 증가한다. 70세까지 연기하면 평생 받는 연금이 최대 42% 늘어난다.

OAS 역시 비슷한 구조다. 매달 0.6%씩 증가하며, 70세까지 연기할 경우 최대 36% 더 많은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다.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며 당장 연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수령 연기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CPP 최대 수령액을 받지 못하지만, 근로 기간을 늘리고 수령 시기를 늦추면 그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소득 시니어라면 OAS 환수도 주의

 

65세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에는 OAS를 바로 받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2026년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적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순소득이 9만 3454달러를 넘으면 OAS 환수(clawback)가 시작된다. 65~74세 기준으로 약 15만 2000달러 수준이 되면 OAS는 사실상 전액 사라진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시기에 OAS 수령을 미루면 환수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은퇴로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 더 큰 금액의 물가연동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세금 측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전략 중 하나로 평가된다.

 

RRSP·TFSA 활용 기간도 더 길어진다

 

오래 일할수록 RRSP(은퇴저축계좌)와 TFSA(비과세저축계좌)를 활용할 시간도 늘어난다.

RRSP는 71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계속 불입할 수 있다. TFSA는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한도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추가 근로 기간 동안 비과세 자산을 더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60대 후반에도 TFSA를 최대 한도까지 채우고 배우자 RRSP까지 활용하는 경우, 실제 은퇴 전 수만 달러 규모의 비과세 자산을 추가로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캐나다에서는 RRSP와 TFSA가 여전히 가장 핵심적인 절세형 자산관리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금소득 세액공제도 적극 활용해야

 

65세 이상은 최대 2000달러의 적격 연금소득에 대해 연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주정부에서도 별도 공제가 제공된다.

하지만 계속 급여를 받는 근로 시니어들은 이 혜택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RRIF(은퇴소득펀드) 인출, 연금상품, 직장연금 등을 통해 최소 2000달러 이상의 적격 연금소득을 만들어 놓으면 매년 사실상 추가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완전 은퇴” 대신 단계적 은퇴 늘어

 

최근에는 정년 이후에도 파트타임 근무나 컨설팅, 계절성 일자리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은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3월 기준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5.2%로 모든 연령대를 앞질렀다. 고령 근로자들이 단순히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더 높은 보상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단계적 은퇴는 소비 패턴을 천천히 조정하고, 은퇴 예산을 시험해 보며, 은퇴 초기 자산을 과도하게 인출할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늦어진 은퇴, 반드시 부정적이진 않다

 

전문가들은 늦어진 은퇴를 단순한 실패나 부담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몇 년 더 일하는 동안 CPP와 OAS를 전략적으로 연기하고, 등록형 계좌를 적극 활용하며, 단계적으로 은퇴를 준비한다면 더 큰 연금과 더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몇 년 더 일하게 된다면 단순히 월급만 받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연금과 절세 혜택까지 함께 얻는 ‘이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