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부동산 시장 기대 못 미쳐… 매수세는 서서히 복귀 조짐
올해 초 캐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활기찬 봄 시장에 대한 기대에 기반하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협회들의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침체됐던 봄 시장 대비 소폭 반등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 도입된 관세 여파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거래도 냉각됐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밴쿠버의 리맥스 올 포인츠 리얼티 소속 팀 힐 에이전트는 “현재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해 예전만큼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격이 오를 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FOMO)이 시장을 움직인다”며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최고가 시장으로 꼽히는 광역 밴쿠버 지역의 경우, 전통적인 봄 시장 시작 시점인 4월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달 2.2% 상승했지만, 재판매 거래 건수는 지난해 4월보다 4% 감소했다.
CREA는 최근 2026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협회는 지속되는 무역 불확실성과 중동 전쟁 관련 변수들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CREA는 올해 주택 거래량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1%로 대폭 낮췄다.
힐 에이전트는 “올해 남은 기간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상황이 급격히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시장, 당분간 현재 수준 머물 가능성”
BM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카브칙은 봄 시장 거래량이 아직 정점을 찍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요가 점차 살아나면서 지난해 침체기에 매물을 거둬들였던 판매자들이 다시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공급 감소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세 역시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브칙은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이 크게 반등할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 구입 부담이 일부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매수세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준은 아니다”라며 “모기지 금리 역시 시장 흐름을 바꿀 만큼 충분히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모기지 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Y 캐나다의 부동산 거래 및 가치평가 부문 책임자인 잭 펜들리는 주택시장 회복이 더딘 배경에는 금리 외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연방정부의 이민 목표 축소 이후 나타난 인구 증가 둔화를 꼽았다.
펜들리는 “팬데믹 이후 이민자 유입이 급증했을 당시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콘도 투자 수요 급감… “새 현실 적응 중”
특히 토론토와 밴쿠버를 중심으로 콘도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펜들리는 “과거에는 콘도를 구입해 신규 이민자나 유학생에게 임대하는 구조가 매우 활발했다”며 “하지만 해당 인구층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근본적인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시장이 조정 국면의 후반부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는 일부에서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매수자들이 단기간에 대거 시장으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올해 남은 기간에는 점진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토론토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격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리얼 브로커 온타리오의 제시카 해멀은 현재 시장 분위기를 “절제된 낙관론(tempered enthusiasm)”이라고 표현했다.
광역토론토지역(GTA)의 4월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7% 증가했지만, 여전히 2024년 같은 기간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하락한 105만 1,969달러를 기록했다.
해멀은 “첫 주택 구매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봄 시장은 연간 부동산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매수자들은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가격에 훨씬 민감하며 선택 기준도 까다로워졌다”며 “충분히 비교한 뒤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고, 처음 본 집에 곧바로 오퍼를 넣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완전한 회복 단계는 아니다”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티외 라베르주는 향후 재판매 시장 회복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소득 증가 여부를 꼽았다.
그는 억눌린 수요가 누적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라베르주는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캐나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고용 안정성과 소득 증가 가능성을 먼저 점검하게 된다”며 “모기지 부담을 감당하면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브칙은 그럼에도 캐나다 경제가 무역 갈등과 글로벌 분쟁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지역은 수급 구조상 가격이 다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5년간 급등했던 주택 시장이 조정 과정을 거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