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압박에 패스트푸드 직격탄…캐나다 외식업 ‘양극화’ 심화
캐나다에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패스트푸드 등 퀵서비스 레스토랑(QSR)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Restaurants Canada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퀵서비스 레스토랑의 81%가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낮에는 ‘가격 중심 소비’…저가 메뉴로 이동
밴쿠버의 카페 레스토랑 ‘더 버즈 앤 더 비츠(The Birds & The Beets)’를 운영하는 매튜 세네칼-정커는 고객 소비 패턴이 시간대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낮 시간 카페 영업에서는 오트밀크 추가 여부나 아보카도 선택 등 모든 소비 결정이 가격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는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메뉴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저가 메뉴 판매는 크게 증가한 반면 고가 메뉴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녁 시간 와인바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은 모습이다. 일부 고객이 옵션을 줄이는 경우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고가 메뉴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퀵서비스 감소, 파인다이닝 증가 ‘K자형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풀서비스 레스토랑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반면, 퀵서비스 레스토랑 매출은 2% 감소했다.
특히 2025년 들어 파인다이닝 부문은 방문객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토랑 업계는 이를 ‘K자형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소득이 높은 계층은 여전히 고급 외식을 즐기는 반면, 저소득층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staurants Canada의 켈리 히긴슨 대표는 “특히 저소득 가구가 현재 경제 불안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으며, 선택적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업계도 ‘경고등’…방문객 감소 지속
퀵서비스뿐 아니라 외식업 전반에도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전체 레스토랑의 49%는 매출 감소를 경험했고, 54%는 방문 고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수익성 악화 비율도 퀵서비스(81%)가 풀서비스(70%)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긴슨은 “연료비 상승 등 비용 압박이 지속될 경우 퀵서비스 업종의 어려움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쟁 심화…소비자 ‘외식 대신 대안’ 선택
University of Guelph의 식품경제학자 마이크 폰 마소우 교수는 퀵서비스 업종이 더 큰 타격을 받는 이유로 소비자 구조를 꼽았다.
그는 “저소득층일수록 패스트푸드 이용 빈도가 높은데, 생활비 압박이 커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이 외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체인들은 할인 메뉴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McDonald's는 캐나다에서 소형 커피 가격을 1달러로 동결하고 할인 메뉴를 강화했으며, Burger King 역시 ‘2개 5달러’, ‘3개 7달러’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 역시 외식 대신 장을 보거나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하고 있어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은 ‘호황’…경험 소비 강화
반면 고급 레스토랑은 여전히 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온타리오주 세인트캐서린스 인근의 레스토랑 ‘펄 모리셋(Pearl Morissette)’의 셰프 다니엘 하디다는 최근 고급 외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하루 전체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 방문이 공연 전후의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레스토랑은 현재 예약이 수개월치까지 모두 매진될 정도로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가격 인상 딜레마…“물량 vs 수익성” 선택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네칼-정커는 식자재 비용이 약 7% 상승했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해 메뉴 가격 인상은 약 3%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량을 유지할 것인지, 수익성을 지킬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생활비 상승이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캐나다 외식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대중 식당과 경험 중심의 고급 레스토랑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