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증시는 7일에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중동 정세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원유 운송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 전반에 확산된 영향이다.

이번 주 초(4일) 뉴욕 증시에서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7.98달러로 3.2% 하락했다. 이번 주 초 115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다만 이란과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란 정부가 미국의 종전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 확산

 

뉴욕 증시의 S&P 500 지수는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다시 0.2% 상승했다.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이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쟁 기간 동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조선들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였고, 이 여파로 원유와 각종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동부시간 5월 7일 오전 11시45분 기준 69포인트(0.1%) 하락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6% 오르며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월가에서는 중동 전쟁 종식 기대감에 따른 반등이 이전에도 반복됐지만 번번이 실망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경계감도 여전하다. 실제로 전날 오만만에서는 미국 전투기가 미국의 대이란 항만 봉쇄를 돌파하려던 이란 유조선의 방향타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 떠받쳐

 

이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미국 증시는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익을 기록하면서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이익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보안 플랫폼 업체인 Datadog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29.6% 급등했다.

리튬 제품 및 특수 화학업체 Albemarle 역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으며 8.2% 상승했다. 테이저건 제조업체 Axon Enterprise는 드론 대응 제품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10.2% 뛰었다.

반면 가전업체 Whirlpool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12.5% 급락했다. 회사는 북미 지역 주요 가전제품 가격을 지난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는 한편 비용 절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햄버거 체인 Shake Shack도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분기 실적 여파로 28.6% 급락했다.

맥도날드는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주가는 0.4% 하락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유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올봄 매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채 금리는 안정세… 경기 지표는 혼조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과 같은 4.36%를 유지했다. 다만 이번 주 초 기록했던 4.45%보다는 낮아진 수준이다.

국채 금리 하락은 모기지와 기업 대출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시에 주식과 기타 자산 가격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쟁 이전 수준인 3.97%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양호했다. 반면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율은 최근 분기 기준 시장 기대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 증시, AI 열풍에 1년 새 70% 넘게 급등

 

해외 증시는 아시아 강세 이후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연휴 이후 거래가 재개되면서 5.6% 급등했다. 일본 증시는 최근 12개월 동안 인공지능(AI) 수혜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약 71%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에 올라섰다.

다카시 히로키 MONEX 수석전략가는 “AI와 반도체 관련 대표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일종의 버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는 반도체 주식만 매수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