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연봉 11만 5000달러 수준의 안정적인 소득으로도 주택 구입이 어려운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를 크게 앞지르면서 주택 접근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모기지 전문가 론 버틀러는 최근 연방 하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30년 전만 해도 식료품점 매니저나 파트타임 간호사도 5% 계약금을 마련해 집을 살 수 있었다”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GTA에선 평생 모아도 계약금 어려워”

 

버틀러는 특히 Greater Toronto Area(GTA)의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연소득이 11만~11만5000달러 수준이라면 임대료와 생활비, 세금을 내고 나면 현재 약 100만 달러에 가까운 주택 가격에 필요한 계약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주에서도 2015년 이전만 해도 해당 소득 수준의 가구가 주택을 구매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아약스, 벌링턴, 해밀턴, 나이아가라 지역 등에서 단독주택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같은 소득으로는 사실상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토론토·밴쿠버 평균 집값 100만 달러 상회

 

 

하지만 지역별 격차는 크다. GTA 평균 주택 가격은 101만 7796달러, Greater Vancouver은 120만 1123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른 최소 계약금은 각각 약 7만 6000달러와 9만 5000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토론토와 밴쿠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University of Ottawa 산하 ‘미싱 미들 이니셔티브(MMI)’의 마이크 모팻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주택 구매 부담이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도시 대부분 ‘연봉 10만 달러로 부족’

 

실제 사례를 보면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 분석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4.39%, 25년 상환 기준)를 적용할 경우, 캘거리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연소득 12만2300달러가 필요하다. 몬트리올은 12만 7800달러, 오타와는 13만 2100달러 수준이 요구된다.

 

집값 265% 상승…소득은 76% 증가에 그쳐

 

MMI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23개 대도시에서 신규 중산층용 주택 가격은 2004년 대비 소득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20년간 저가 주택 가격은 평균 265% 급등한 반면, 젊은 맞벌이 가구의 소득은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캐나다의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 상승폭이 23개국 중 가장 컸으며, 2004년 이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는 평균적으로 3년치 소득이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약 5.5년치 소득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급등한 집값과 정체된 임금 상승이 결합되며 캐나다 가계의 부담이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부모 지원 없이는 구매 어려워

 

버틀러는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위 10~15% 고소득층”이라며 “그 외에는 부모의 자산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GTA나 광역 밴쿠버 지역의 세미디태치드 주택은 약 80만 달러 수준인데, “좋은 입지나 고급 주택도 아닌 평균적인 수준”임에도 연봉 11만5000달러로는 소득 대비 7배에 달해 대출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람 적은 곳으로 가야”…그러나 선택지는 감소

 

모팻 소장은 퀘벡 일부 지역, 앨버타 북부, 서스캐처원, 매니토바 일부, 대서양 연안, 온타리오 북부 등에서는 여전히 소득 대비 저렴한 주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마저도 가능한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공급 동반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불균형이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확산됐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토론토와 밴쿠버 중심의 문제였지만, 인구 이동이 증가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모팻 소장은 온타리오주 틸슨버그를 사례로 들며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 건설 비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이 기존 주택 가격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 역시 해결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된다. 그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임금이 더 빠르게 상승해야 실질적인 주택 구매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