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인 Bank of Canada가 4월 29일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2.25%로 동결하면서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1월 이후 처음 발표한 통화정책보고서(MPR)에서 물가상승률이 4월 약 3% 수준까지 정점을 찍은 뒤, 내년 초 2% 목표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물가 하락 전망은 미국 관세가 현 수준을 유지하고, 국제 유가가 2026년 2분기 배럴당 90달러에서 2027년 중반 75달러로 하락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이는 이전 보고서 대비 배럴당 15달러 높은 수준이다.

 

 

■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다시 밀어올려”

 

Tiff Macklem 총재는 “1년 이상 물가가 2% 목표 근처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휘발유 가격 급등과 여전히 높은 식품 물가가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를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세부적으로 보면 임대료와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평균보다 높은 반면, 다른 항목들은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은 현재까지 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광범위하게 전이됐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미·캐나다 무역 협상과 이란 전쟁의 전개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기 여유와 부진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유가 상승의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속도는 제한될 것으로 분석했다.

맥클렘 총재는 “이사회는 전쟁의 단기적 물가 영향은 일단 지켜보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적 인플레이션으로 고착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장률 전망은 큰 변화 없어

 

중앙은행은 1월 전망과 비교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와 정부 지출은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 관세와 무역 불확실성은 수출과 기업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6년 1.2%, 2027년 1.6%, 2028년 1.7%로 예상됐다.

중앙은행은 “중동 분쟁은 성장의 구성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체 성장률에는 제한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유가 상승이 에너지 수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와 기업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6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 “현재로선 동결이 최선”…향후 정책 유연성 강조

 

맥클렘 총재는 유가가 예상대로 하락하고 미국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조정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현재로서는 금리 유지가 최선의 결정”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변경이 필요한 두 가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새로운 관세나 무역 제한을 도입할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맥클렘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요 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총재인 Carolyn Rogers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경제 부담을 키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가 더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캐나다 경제에 더 큰 위협은 무역 긴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통화정책보고서에는 연방 정부의 최신 재정 업데이트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 유가 고공행진 지속 시 시나리오

 

중앙은행은 전쟁 이전까지 물가가 2% 목표 수준 근처에 머물 것으로 봤으나,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운송비와 비료 비용이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유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정부 세수는 증가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면 비용 상승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되는 ‘전가 효과(pass-through)’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정부가 로열티 및 세수 증가분의 절반을 가계에 환급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정부 이전지출 확대와 투자 증가, 에너지 수출 확대의 영향으로 2027~2028년 GDP는 기준 시나리오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물가는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은 유가 100달러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률이 2027년 1분기 3.1%까지 오르고 이후 1년간 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의 “연속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美 관세·무역정책 불확실성 확대

 

중앙은행은 현재 경제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이유로 미국의 무역 정책을 꼽았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도입 이후 철강, 알루미늄, 목재, 자동차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산업은 캐나다 생산과 고용의 약 1%, 전체 수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생산성과 고용도 둔화됐으며, 중앙은행은 2026년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가 2027년 이후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하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맥클렘 총재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는 과정이 생산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성장 여건은 약하지만, 인공지능(AI) 활용 확대 등으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