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이 대화를 반기지는 않는다. 부모의 유언장이나 은행 계좌, 인생 말년에 대한 바람을 묻는 일은 음울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기 쉽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수년간 미루다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이나 낙상 이후 한밤중에 서류함을 뒤지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예상보다 수월한 경우가 많고, 이를 회피했을 때 치르는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고령의 부모와 ‘돈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역대 최대 자산 이전…지금이 ‘골든타임’

 

캐나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이전 시기에 들어섰다. TD자산운용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1조 달러 이상의 자산이 베이비붐 세대에서 밀레니얼·Z세대로 이전될 전망이며, 상당 부분은 이미 수년 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구조 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캐나다 통계청은 2025년 7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800만 명을 넘어 전체의 약 19.5%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가정은 아무 준비 없이 상황을 맞고 있다. 2025년 유언장 작성 서비스 업체 ‘윌풀(Willful)’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가족과 임종 관련 의사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었다. 또 스코샤트러스트 분석에서는 50세 이상 자산가의 41%가 재정 관련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47%가 의료 관련 위임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공백이 위기 상황을 법적·재정적 혼란으로 키운다.

 

① ‘가족회의’ 대신 자연스러운 대화로 시작

 

전문가들은 ‘가족회의’를 잡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갑작스러운 공식 자리보다는 뉴스, 영화, 또는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꺼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요즘 자산 이전 얘기를 보다가 생각이 들었는데, 부모님 유언장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한 번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 정도의 접근이 부담을 줄인다.

첫 대화의 목표는 모든 답을 얻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있다. 일종의 ‘파일을 여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② 반드시 갖춰야 할 3가지 핵심 서류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현재 의사를 반영한 유언장

재산·금융 관리를 위한 위임장

의료 결정을 위한 위임장(퀘벡은 통합 보호 명령으로 대체)

유언장이 없을 경우 재산 분배는 법이 정한 경직된 공식에 따라 결정되며, 부모의 의사와 어긋날 수 있다. 재정 위임장이 없다면 가족은 법원을 통해 후견인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비용 부담이 과도한 것도 아니다. 최근 업계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단순 유언장 작성 비용은 평균 약 600달러, 위임장까지 포함한 패키지는 약 950달러 수준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③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정리해야

 

서류가 있어도 위치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많은 가정이 이 단계에서 혼란을 겪는다. 비밀번호와 서류 체계를 알고 있던 사람이 사라지면 자산 파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다음 항목을 정리한 ‘자산 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은행·투자 계좌 및 금융기관

RRSP·RRIF·TFSA·연금과 수익자 지정

부동산(별장 등 추가 자산 포함)

생명보험 및 보험사

부채·신용카드·대출

이메일·클라우드 등 디지털 계정

회계사·변호사·재무설계사 정보

이 과정에서 부채 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자녀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속 전에 채무가 자산을 잠식할 수 있다.

 

④ 돈보다 중요한 ‘삶의 방식’에 대한 대화

 

재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후 생활 방식이다. 스코샤트러스트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산가의 77%는 자택에서 노후를 보내길 원하지만, 43%는 이에 대해 자녀와 논의한 적이 없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감정적이고 급박한 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미리 물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오래 현재 집에 거주할 의향이 있는지

주거 규모 축소(다운사이징)에 대한 생각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할 경우 원하는 돌봄 형태

의사결정을 맡기고 싶은 사람

한 번의 대화로 모든 답을 얻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가족이 공유하는 것이다.

 

■ 마무리

 

부모의 노후 자산과 삶에 대한 대화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작은 대화가 쌓이면서 점차 수월해진다. 이는 단순한 재정 점검을 넘어, 부모와 자녀 모두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준비이자 배려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