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지연, 청년 주택 구입에도 영향…공급 흐름 막히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다운사이징(주택 규모 축소)’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그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청년층의 주택 시장 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화 가속…“다운사이징 물결” 기대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77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9%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2030년에는 약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자녀 독립 이후나 생활 편의성, 안전성 등을 이유로 고령층은 더 작은 주택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일정 시점에 ‘다운사이징 물결’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적절한 주택 부족”…다운사이징 속도 둔화
그러나 REMAX Canad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다운사이징에 적합한 주택 공급 부족이다.
2026년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적절한 다운사이징 주택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8%는 아예 선택지가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65세 이상 응답자의 65%가 주택 선택지가 부족하거나 없다고 답해 고령층에서 체감하는 제약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0년 내 더 작은 주택으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10%에 그쳤으며, 65세 이상에서는 16%로 다소 높았다. 그러나 이는 수요 부족보다는 선택지 부족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응답자의 73%는 주택 선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이 가운데 32%는 매우 큰 우려를 표했다.
주택 ‘사다리’ 이동 둔화…청년 기회 감소
전문가들은 다운사이징이 주택 시장의 자연스러운 순환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임대주택에서 시작해 콘도, 타운하우스, 단독주택으로 이동하는 ‘주택 사다리’ 구조 속에서, 상위 단계로 이동이 발생하면 하위 단계 주택이 시장에 풀리는 ‘공급 연쇄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이 지연될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단독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되고 이는 상위 단계로 이동하려는 수요자들에게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REMAX Canada에 따르면 18~34세 캐나다인 가운데 23%는 향후 10년 내 첫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
시장 영향 엇갈린 시각
다운사이징 증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사 응답자의 34%는 고령층의 다운사이징 확대가 청년층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26%는 오히려 진입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29%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REMAX Canada의 돈 코틱 사장은 적절한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경우 많은 고령층이 이주를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시장에 유입되는 매물 감소로 이어져 전체적인 거래 흐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령층 맞춤 주택 공급이 관건”
코틱 사장은 현재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다운사이징을 고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적절한 선택지를 찾지 못해 기존 주택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에서 세대 간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운사이징이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주택 수요 구조와 공급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필요에 맞는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시니어 주택 부족 심화…공급 확대 필요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시니어 전용 주택 공급 확대가 거론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ushman & Wakefield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캐나다 시니어 주택 공급은 수요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20만 가구 이상의 시니어 임대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다운사이징 지연과 주택 시장 경직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